[화제] 평창 백룡굴 '남근석' 봉합수술 받았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03일 14시 27분
백룡동굴의 남근석（男根石）이 봉합수술을 받았다.
문화재관리국은 지난 97년 11월 평창경찰서 간부들에 의해 절취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백룡동굴（천연기념물 260호）의 남근석에 대한 봉합수술을 최근 마쳤다.
백룡동굴 남근석은 입구로부터 650m지점 B굴 천정에 매달려 자라고 있던 희귀 종유석.
뾰족하게 자라는 보통 종유석과는 달리, 남성의 심벌과 너무도 흡사한 모습이어서 76년 동굴 발견 당시부터 백룡동굴의 상징으로 화제가 됐던 `물건'이다.
남근석 봉합수술은 문화재관리국 산하 문화재연구소의 보존과학연구팀이 시술했다.
부서진 석탑이나 깨진 도자기를 원상복구시키는 것이 주 임무인 보존과학연구팀이 팀 창설 이래 종유석을 봉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작업이었다.
남근석 봉합수술은 치과 수술과 흡사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첫 단계로 남근석이 달려있던 천정에 구멍을 뚫고 광물을 접착시키는데 쓰이는 특수 세멘트를 사용해 볼트를 고정시켰다.
볼트는 습도가 높은 동굴 환경의 특성상 티타늄으로 특수 제작, 남근석의 절단면에도 똑 같은 방법으로 구멍을 뚫어 고정시켰다.
남근석 봉합수술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단순히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남근석이 예전처럼 자랄 수 있도록 절단면을 완벽하게 없앤 것.
물속에 섞인 석회성분에 의해 몇만년을 두고 천천히 자라온 남근석이 자칫 봉합은 됐으나 제기능을 발휘못해 `씨 없는 수박'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남근석의 무게가 3㎏에 달하는데다 수직으로 자라는 다른 종유석과는 달리 10도쯤 휘어져 있어 봉합수술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수술에 걸린 시간은 48시간이었지만 보존과학연구팀은 수술 전 3∼4개월동안 같은 무게, 같은 모양의 석회석으로 모의 실험을 거쳤다.
지난해 10월 남근석 절취사건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던 동굴사진가 석동일씨는 "봉합수술의 수명이 영구적일 수는 없지만 소중한 동굴 문화재를 함부로 절취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는 전했다고 본다"며 "특히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동강변 백룡굴안의 훼손 문화재를 원상복구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평창＝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