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네손가락…'출간 이희아양 어머니
기사입력 1999년 05월 02일 14시 40분
14년 전, 우갑선씨는 갓 태어난 딸을 품에 안고 생각했다. `과연 이 아이가 며칠이나 더 살 수 있을까.'
한 손에 손가락이 두 개 뿐. 몸무게는 겨우 2,6㎏이었고, 게다가 다리도 기형이었다. 허벅지까지 밖에 없는. 선천성 1급 장애아. 그러나 딸은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자라고 있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이희아양. 매스컴을 수없이 탔고,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받았다. 5일엔 청와대에서 열리는 어린이 날 행사에 초청받아 김대중대통령을 만난다.
우씨가 그런 딸의 눈물겨운 성장과정을 기록한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이야기'(다른세상)를 펴냈다. 이양이 선천성 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 부모의 소망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우씨에게 딸은 천재소녀도 아니고, 불쌍한 아이도 아니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향해 피나는 연습을 하는 평범한 아이다. 그런 희아의 모습을 진실하게 보여준다.
우씨가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건 7세 때. 연필이라도 쥘 수 있는 손가락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였다. 그랬는데, 딸은 피아노에 재미를 붙였다. 하루 10시간씩 맹연습, 각종 대회에서 입상했다. 요즘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열정'을 연습하고 있다. 실력이 더 늘면, 독주회를 열 계획이다.
"아이를 강하게 키우려면 어머니가 회초리를 들 줄 알아야 합니다. 감싸기만 하면 허약해지기 쉬워요."
우씨는 요즘 딸에게 베토벤이 되라고 강조한다. 천재나,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라는 게 아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배우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힘주어 말한다. "희아야,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