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판정시비 '불신의 벽' 허물자
기사입력 1999년 05월 02일 14시 39분
해태와 심판진의 '대결'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30일 감독 포함 코치 선수 등 6명의 무더기 퇴장사태가 빚어진지 하루뒤인 지난 1일 광주구장.
김응용감독이 1경기 출전정지의 징계 때문에 벤치를 지키지 못해 사령탑 없이 경기에 나선 해태와 심판진은 판정을 놓고 또 한차례 시비가 붙었다.
0-7로 뒤진 5회말 해태 공격 2사 2루.
볼카운트 2-2에서 몸쪽 낮은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자 타석에 서 있던 1번 이호성이 "그게 어떻게 스트라이크냐"며 어필을 했다.
조종규주심이 "판정은 내가 한다"며 묵살.
때마침 클리닝타임이라 1루 덕아웃 통로를 통해 심판실로 향하는 조주심을 향해 "심판 똑바로 보라"며 다시한번 해태 코칭스태프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이에 흥분한 조주심은 "또 한번 다 나와보라. 전부 퇴장시키겠다"며 엄포를 놨고 코칭스태프는 "항의도 못하게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약 2∼3분간 이어진 '장외설전'은 현장에 나와있던 김찬익 심판위원장 등 주변사람들의 만류로 끝이 났지만 양측이 가진 감정의 앙금이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양측의 감정싸움을 보면서 야구계에선 말들이 많다.
그동안 김감독에게 많이 당해왔던 심판진이 이 기회에 본격적으로 '해태 길들이기'에 나섰다느니, 과거의 예를 들어 분위기 잡기의 명수인 해태가 팀분위기를 바꾸고 심판을 장악하기 위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프로야구가 '싸움박질 장소'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멱살 드잡이 욕설이 난무하는 프로야구를 지켜보기 위해 팬들이 비싼 돈 주고 구장을 찾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양측은 하루속히 '불신의 벽'을 허물기 바란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