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오나집' 마셔보셨나요?
기사입력 1999년 05월 02일 14시 39분
`오나집을 아십니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이색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칵테일은 별난 이름에 마시는 방법도 독특해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
서울 강남이나 홍대앞 등지의 칵테일 바에서는 젊은 손님들의 시선을 끄는 `신세대 칵테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가장 즐기는 칵테일은 `오나집'.
`오빠, 나 오늘 집에 안가'의 약자.
도수가 워낙 세 왠만한 주당(酒黨)이라도 두잔 이상 마시면 몸을 가누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술은 칵테일 잔에 도수가 무려 75도에 이르는 럼주와 오렌지향의 큐라소(달콤한 양주)등을 혼합한 것.
한잔을 마시면 기분이 알딸딸해지고 두잔을 마시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석잔을 마시면 업혀서 나갈 정도라는 것.
술잔에 불을 붙인 뒤 빨대로 빨아마시는데 신기하게 빨대에 불이 붙지않는다고.
오나집이 여자에게 인기있다면 남자들이 많이 찾는 칵테일은 `신이 날 포기했어'.
신이 포기할 만큼 술이 독하다는 뜻에서 이름이 연유했다.
이 칵테일은 두 개의 홀쭉한 칵테일 잔에 술이 담겨 나오는데 반드시 원샷+원샷으로 마셔야한다고.
`뿅가리'는 더 별나다.
브랜디잔에 럼주 등을 넣고 불을 붙인 뒤 손바닥으로 잔 입구를 막으면 술잔이 손에 달라붙는데 공중에서 몇번 휘저어 손가락 사이에 빨대를 넣고 빨아마신다.
그 맛이 `뿅'갈 정도라고 해서 붙은 이름.
이밖에 `구름속의 산책'(일명 운우지정) `악마의 구렁텅이' 등의 별난 칵테일도 있다.
신세대들이 이런 종류의 칵테일을 선호하는 것은 술을 재밌게 마시면서도 쉽게 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
또 칵테일에 담긴 의미를 통해 상대방에게 자기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
이른바 `칵테일 랭귀지'인 것이다.
여대생 김모양(20·S여대 2년) "남자친구한테 칵테일로 내 마음을 전했다"며 "분위기와 술에 취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집에 못들어갈 뻔 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이를 즐기는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들도 꽤 늘어났다.
오나집의 아류작인 `사나회'도 등장했다.
`사장님, 나 오늘 회사 안가.'
서울 압구정동 `우드 스탁'의 매니저 백현실씨(여·26)는 "요즘 젊은이들은 술을 한 잔 마셔도 분위기를 따지고 톡톡 튀는 뭔가를 원한다"며 "이들을 겨낭한 새로운 칵테일이 속속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