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한국 경마' 아는 英여왕에 감탄
기사입력 1999년 04월 30일 14시 59분
양국수교 116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방한이 짧은 3박4일의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서울마주협회 회원들도 여왕이 남달리 말과 경마를 사랑하는 마주이기에 과천경마장으로 초청, 부끄럽지 않은 경마장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처음에는 주한 영국대사에게 이런 뜻을 전했으나 일정상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여왕의 모후에게 편지를 썼다. 2년전 영국을 방문했을때 마주협회장이라고 반갑게 대해주고 그후부터 새해 안부편지까지 보내주었기에 부탁을 했던 것이다.
그뒤 모후께서는 회원들의 간절한 뜻을 여왕에게 전했노라는 답신을 보내줬다.
그러나 이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여왕이 우리나라를 떠나기 전날밤 KBS홀에서 축하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가 끝난뒤 리셉션장에서 여왕을 만나게 돼 있다는 연락을 영국대사관으로부터 받았다.
나는 여왕에게 "만나뵙게 돼 큰 영광입니다. 이번에 서울경마장으로 꼭 모시고 싶었으나 이루질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왕은 미소띤 얼굴로 "한국 경마는 주말에만 시행된다면서요"라고 물었다.
나는 순간 놀랐다. 다른 나라에서는 요일에 관계없이 열리는 경마가 우리나라에서는 토, 일요일에만 열린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인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의례적으로 대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인사하는 사람마다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마다하고 정을 나눠주는 여왕의 모습은 영국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지성한/마주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