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 '죽도록 고생하며 촬영했어요'
기사입력 1999년 04월 30일 14시 59분
2년만이다.
97년 임권택 감독의 `창'으로 부활한 지.
의욕에 불타던 신은경이 신중하게 선택한 다음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그 야심작이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갖던 날. 신은경은 일찌감치 시사회장에 나타났다.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준 영화인들을 맞이하는 신은경의 얼굴은 어느때보다도 밝았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또는 반갑게 끌어안으며 신은경은 영화계 한복판에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시사회가 끝난 후, 신은경은 또한번 남다른 감회에 사로잡혔다. 그야말로 죽도록 고생하며 촬영했던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 시사회에 참석한 영화인들로부터 찬사를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구동성으로 신은경에게 "정말 고생했구만" 하면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게 아닌가.
"영화를 보니까 촬영하던 때의 기억이 새삼스럽더라구요. 그때는 참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컴퓨터그래픽 등의 작업으로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왜그렇게 고생을 시켰는지 알겠더라구요."
실제로 신은경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에서 보통의 여배우들과는 다른 `투혼'을 발휘했다. 미스테리 어드벤처라는 장르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은경의 배역은 유난히 몸으로 때우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배우가 몸으로 때우는 장면은 대개 대역을 쓰기 마련이지만 신은경의 오기는 어설픈 대역연기를 그냥 넘기질 못했다.
여장차림으로 나선 스턴트맨의 액션연기를 모니터로 지켜보다 끝내 불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제가 직접 할래요."
유상욱 감독도 신은경의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찍은 게 수심 3미터가 넘는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 수영장처럼 소독된 물도 아니었다. 진흙탕과도 같은 구정물.
맹렬한 속도로 돌진해오는 궤도차를 피해 물 속으로 빠지는 장면이었는데, 신은경은 단 한번에 OK를 받았다. 덕분에 구정물도 꽤 먹었다.
영화에서도 실감나게 드러난다. 겨우 물 바깥으로 빠져나온 신은경의 흰색 투피스에서는 물이 뚝뚝 흘러내렸고, 머리는 비맞은 쥐꼴이었다.
몸을 내던진 신은경의 열연은 금세 영화가에 소문이 났다.
"칭찬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맡은 배역에 충실했을 뿐인데요."
내심 신은경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도 팬들에게 꽤 사랑을 받을 거라는 예감을 갖고 있다.
"글쎄, 연기활동을 해오는 동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느끼는 건데요. 예감이 잘 맞더라구요."
신은경은 한창 막바지 촬영중인 `링'도 "굉장히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