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조영남 '금배지 야망' 형곤아 듣거라
기사입력 1999년 04월 30일 14시 13분
형곤아 들어라!(이때의 형곤이란 코미디언 김형곤을 말합니다.)
네가 정당에 가입한 입장이므로 모 TV의 시사코미디 프로에서 내려 앉아야 한다고 왈가왈부하는 아침 신문의 토막 기사를 읽고 한마디를 하겠다.
너와 나는 십여년 넘게 친구 사이로 지내왔지만 단 한번도 의견 충돌이나 다툼 같은 것이 없었다.
그렇지? 그리고 무엇 보다도 그게 언제냐 십년도 넘었다.
네가 라마다 르네상스 무대에 나의 디너쇼를 열어 목돈을 쥐게 해 주면서 우리는 건성건성 친구에서 진짜 친구로 돌입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네가 한참 예쁘던 가수 민해경을 열렬히 짝사랑 할 줄 아는 여린(?) 마음씨의 소유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건 마치 내가 당시 최고로 잘 나가던 여배우 나영희를 무조건 흠모하고 짝사랑했던 거와 매우 흡사했다.
아! 옛날이여!
그리하여 나는 네가 경영하는 코미디 클럽에도 구경을 갔었고 동숭동 극장 오픈때도 갔었고 심지어는 곰탕집 오픈에도 쫓아 갔었다.
이 XX야! 여기서 왜 느닷없이 쌍말이 튀어 나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럴 때마다 네가 나한테 무수한 정치관련 인사들을 소개시켜 줌으로써 나는 네가 `아! 이눔이 정치에 뜻이 있구나'하는 걸 아주 어렴풋이 서서히 감을 잡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네가 코미디언 직을 보지하고 있으면서도 떳떳하게 정당인으로 처세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건 아주 미묘한 사안인데 너는 대한민국에서 코미디언이라는 직종이 여타 배우나 탤런트나 혹은 가수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너의 직종이 자의든 타의든 직간접적으로 정치관련 문제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거다.
`너 웃길래? 안 웃길래? 너 코미디 할래? 정치할래?'이 경우 두개 다는 안된다.
내가 가수도 하고 화가도 하는 경우와는 썩 다르다. 다른 구조의 얘기다. 너는 양단간에 한길로 가야한다.
좋다. 내가 짐작한 대로 네가 정녕 정치쪽으로 가겠다면 지금부터 라디오나 TV방송사엔 얼씬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여기가 그렇게 말캉한데가 아니다.
정치 코미디는 순수 코미디언 한테만 허용된다.
너는 이미 `순수'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러니 딴데가서 알아보고 딴데가서 놀라는 얘기다.
우리 살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네 마음대로 해라. 큰맘 먹고 정치를 하고 싶으면 하고－. 우리는 너의 능력을 믿는다.
너는 경수로와 하수도 차이도 모르고 코소보와 귀소보가 왜 싸우는 지도 모르는 백천이나 광인이 창세보다 훨씬 머리가 좋고 훨씬 돈도 많다.(야! 니들이 밟혀야 신문이 팔린다. 빌어먹을…!!)
이주일 형님도 냉큼 찾아 뵙고….
정치를 하려면 너처럼 혀가 짧아도 맘씨만은 네 허리 둘레처럼 길고 네 몸집처럼 넓어야 한다.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