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코끼리 감독의 신경전 '수훈갑'
기사입력 1999년 04월 30일 01시 10분
`코끼리 감독이 7점을 벌어줬다?'
해태 김응용감독이 올시즌 처음으로 주특기를 발휘했다.
의자를 집어 던지거나 심판에게 항의하는 대신 이번에는 `경기 거부'. 오후 6시30분이 됐지만 잠실구장 타석에는 해태 1번 이호성이 보이지 않았다.
잠실구장 조명탑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정상적인 타격이 어렵다며 김감독이 타자들을 나가지 못하게 한 것.
"불 좀 켜줘."
김감독은 이미 경기시작과 동시에 조명탑의 불을 다 밝혀달라고 부탁했었다고. 특히 상대선발은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김상태였다.
사실 6시30분경이면 조명탑의 불이 있건 없건 관중석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 그래서 LG는 이제까지 1회초 수비때 불을 켜지 않고 경기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김감독의 고집 때문에 결국 6시37분 불이 활짝 켜지고 나서야 경기가 속개됐다.
하지만 7분 동안 운동장에 서서 힘을 뺀 김상태와 LG야수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쳤다. 김상태는 5안타를 두들겨 맞았고, LG야수들도 2개의 실책을 범하며 무려 7실점했다.
특히 2회부터 김상태가 4연속 삼진을 잡아내자 LG벤치와 관계자들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해태 벤치의 `기 죽이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회 4번 양준혁 타석때는 빈볼 시비를 걸어왔다.
몸쪽으로 공이 붙긴 했으나 전날（28일） 이병규가 오른쪽 손등에 공을 맞아 경기출전까지 못한 일을 감안하면 LG벤치로선 또 한번 쓴 웃음이 나오는 장면.
어쨌거나 김감독의 초반 `기선제압'으로 해태는 29일 승리를 쉽게 따냈다.
[ 잠실＝전동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