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우나기']유머로 풀어낸 영혼의 상처
기사입력 1999년 04월 29일 15시 50분
칸 국제영화제의 최우수작품상은 얼마나 따기 어려운 것인가. 아직 우리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의 본선에 진출해보지 못한 상태라 더더욱 `칸'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이유탓일까. 칸 수상작은 대체로 진지하고 무거운, 이른바 예술영화의 틀을 지니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97년의 `우나기'는 이러한 칸 수상작의 일반적 특징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유머와 해학이 상당한 영화다. 일본영화의 개방 이후 국내에 소개된 국제영화제 수상작들, `카게무사'나 `하나비' 등과는 달리 대중적인 재미를 듬뿍 안겨준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아내를 살해한 야마시타（야쿠쇼 코우지）. 신새벽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로 찾아간 그는 "지금 막 아내를 죽였습니다" 라면서 자수한다.
8년뒤, 우나기 한마리를 데리고 가석방된 야마시타는 강변의 한적한 곳에 이발소를 차린다.세상과 담을 쌓고 우나기와 대화를 나누며 지내던 중 우연히 자살하려던 케이코（시미즈 미사）를 구해주면서 야마시타는 세상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발소에서 일하게 된 케이코의 따뜻한 사랑, 재미있고 착한 이웃들의 인정으로 야마시타의 닫힌 마음이 차츰 녹아간다.
이미 지난 83년 `나라야마 부시코'로 칸을 정복했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그때와는 전혀 달리 인생을 관조하는 넉넉한 시선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영화 전편에 흐르는 상큼한 유머는 인간의 질투와 분노, 사랑과 화해 등 진지한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 장치'로 작용한다.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노감독의 무르익은 `이야기솜씨'가 단연 빛을 발한다.（5월1일 시네코아 개봉）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