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묘지의 부름 (2)
기사입력 1999년 04월 29일 14시 34분
영철은 운전을 할 생각을 잊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은채 앉아있었다.
"왜 그래？"
"으…."
영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왜 뭘 봤어？"
"봐, 봤어. 그자의 얼굴을…."
영철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뭐？"
"그래 순간적으로 차를 돌리며 사이드 미러로 그자의 옆 모습을 봤지."
진우는 어쩐지 불안해졌다.
"으음, 누구인데 그래？ 설마 인간이 아니기라도 하든？"
"제길, 스승님, 1년 전 돌아가신 우리 선생님이었어！"
영철은 거의 울부짖듯 외쳤다.
"뭐? 음…."
진우는 안정을 취하려 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는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농담 아니지？ 영철아, 방금 한 말…."
"그래, 제기랄, 난 그냥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다구."
영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진우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것 봐. 어쨌든…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하잖아？ 그 사람은 만나봐야지. 빨리 선생님 묘지로 가 보자."
영철은 상당히 겁먹은 표정이었지만, 다행히 진우의 설득이 효과가 있었던지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잠시후 영철은 차를 세웠다.
"여기지?"
진우가 말했다.
"음…. 내리기가 싫군."
영철은 다시 이마의 땀을 닦았다.
"혼자면 더 무서워 빨리 내리자. 그 사람을 찾아 봐야지."
고아 출신인 이들은 학창시절 부모처럼 돌봐주신 스승의 묘에 문제가 생겼으니 빨리 오라는 익명의 전화를 받고 한밤에 부랴부랴 묘지를 찾은 길이었다.
진우는 앞장서서 내렸다.
물론 겁도 났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둘은 각자 랜턴을 들고 무덤가로 올라갔다.
그런데 밤이라 그런지 선생님의 무덤을 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나란히 걸으며 서로 반대쪽으로 랜턴을 비쳤다.
그때였다.
`후다닥！'
소리를 내며 뭔가 달려가는 것이 영철의 랜턴에 비쳤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말라빠진 개라는 것을 알았다.
"웬 개지？"
영철은 어깨를 으쓱 올리며 진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영철은 그만 신음 소리와 함께 랜턴을 떨어뜨렸다.
"헉！"
바로 그를 바라보는 진우 뒤에 창백한 검은 옷의 여자가 서 있는 게 똑바로 보였기 때문이다.
"왜 그래, 영철아…."
진우가 그를 부축하려 했다.
"자, 잠깐"
영철은 가슴에 손을 얹었다.[계속]
글·신호(아이디 `미래의신')/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