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생일상 받은 김인식 감독
기사입력 1999년 04월 29일 14시 04분
삼성에게 0대10으로 크게 지고난 28일밤 두산의 대구 원정숙소에선 난데없이 파티가 열렸다.
쉰두번째 생일을 맞은 김인식감독이 주인공. 잔치음식이라야 보잘것 없다.
반달곰 선수들의 듬직한 `덩치'와 대조적인 초미니 크림케이크. 그리고 늘 그렇듯 야간경기를 마치고 돌아온후 준비되는 저녁식사 뿐이다.
"빵을 아홉개나 먹고 왔는데 또 무슨 케이크야…."
영패한 경기에 빗대 반 농담을 던지는 김감독의 벌겋게 달은 얼굴은 뜻밖의 생일상이 영 멋적은 모양.
생일축하노래는 스테레오로 나왔다. 한편은 영어로, 한편은 우리말로 시작하더니 돌림노래에 음성다중, 2부합창까지 한다.
김감독이 선수들에게 `생일상'을 챙겨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생일은 늘 쉬쉬했는데 이날은 매니저가 경기전 떡 한말을 해오는 바람에 들통났다.
갑작스레 감독의 생신을 전해듣고 선수들은 "꼭 이겨야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의욕만 과해 대패.
케이크앞 선수들의 얼굴에는 죄송스런 빛이 뚜렷했지만, 김감독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초반에 거푸 꼬이더니 크게 졌지만 너무들 잘하려다 그렇게 됐어. 선수들한테 한꺼번에 축하받는거 처음인데, 내일부턴 힘나서 경기 잘 풀리겠네…."
마음만 앞서 견제로 객사했던 정수근과 몸살기운을 안고 선발등판해 무너진 이광우는 그중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둘에게 향하는 김감독의 시선은 가장 따뜻했다.
[대구＝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