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현주엽 체구만큼 넉넉한 후배사랑
기사입력 1999년 04월 29일 14시 04분
프로농구 청주 SK의 `나는 하마' 현주엽(24)은 우람한 체구 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
특히 후배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내리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 1월 시가 1300만원 짜리 12인승 승합차를 모교 고려대에 기증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단거리 이동에 불편함을 느꼈던 그가 후배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선뜻 큰 돈을 내놓은 것.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고려대－건국대전이 벌어진 28일 잠실학생체육관.
학부형들만이 간간이 자리를 채운 관중석에서 현주엽이 눈에 띄었다.
6개월간의 장기 레이스를 끝내고 찾아온 달콤한 휴가를 맞아 모교를 응원하기 위해 모처럼 짬을 낸 것.
멀리서 후배들과 손짓으로 인사를 나눈 현주엽은 경기 내내 박수갈채와 함성으로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6일 고려대가 성균관대와의 첫판을 가졌을 때는 바쁜 일이 있어 미처 체육관을 찾지 못했다.
어이없게 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아예 직접 학교를 찾아갔다.
안암동 숙소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 적막 마저 흘렀다.
현주엽은 어깨가 축 처진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로 용기를 심어줬다.
든든한 선배가 늘 곁에 있다는게 큰 힘이라도 된 것인지 동생들은 펄펄 날았고 고려대는 1회전 완패의 충격을 딛고 34점차 완승을 거뒀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현주엽은 후배들에게 약속 하나를 한 뒤 체육관을 떠났다.
"우승만 해라.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아주 거하게 술 한잔 사마."
[김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