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징계받은 과거 접고 '태극마크 복귀'
기사입력 1999년 04월 29일 14시 04분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투로 주로 쓰인다.
농구계에서는 `허 재와 태극마크'라는 말로 대신한다.
`농구천재' 허 재(34．나래).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숱한 기록을 세우며 한국 농구를 주름잡았던 그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태극마크와는 궁합이 맞질 않는 것이다.
기아의 붉은 유니폼을 입으면 펄펄 날았지만 왠일인지 가슴에 `KOREA'란 글씨가 박히면 꼬이기만 했다.
급기야 지난 96년 애틀랜타올림픽서는 음주파동의 주동자로 몰려 국가대표에서 영구 제명되는 징계를 받았다.
그로선 억울했다. 후배의 생일을 맞아 저녁식사를 하면서 반주 한잔씩을 곁들였는데 순식간에 `폭음'으로 와전됐다.
하지만 그의 항변은 그해 겨울에 무면허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서 묻혀버렸다.
"처음엔 지긋지긋한 태릉선수촌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그저 좋았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허 재가 태극마크에 대한 향수를 다시 느낀 것은 지난해 늦여름이었다.
나래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농구인생을 펼쳐보겠노라"고 작정했던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다.
지난해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어이없이 무너지자 농구계는 `천재의 컴백'을 외쳤고 마침내 28일 대한농구협회가 그에게 다시 태극마크를 선물했다.
"철이 들고나니 나이를 이렇게 먹었더군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겠죠. 지켜봐주세요."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