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협회 과체중 제재안 내년 시행 방침
기사입력 1999년 04월 29일 14시 04분
"살아, 살아, 내 살들아."
한-일 씨름 선수들의 몸무게가 양국 씨름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일본스모협회가 최근 "올해 여름대회부터 체중제한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도 빠른 시일내에 이같은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일본스모협회는 27일 "오는 5월 9일 개막돼 15일간 열리는 여름대회가 끝나는 날 선수들의 체중을 재 지나치게 많이 나갈 경우 경고 조치와 감량 권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상이 잦고 기술보다는 몸무게 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팬들의 불만이 높아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 일본스모협회의 설명이다.
지난 53년 선수들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1m77, 144㎏이었지만 지금은 1m85, 187㎏에 달하고 있다.
공교롭게 국내 씨름계도 올들어 체중제한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해왔다.
아마씨름을 관장하고 있는 대한씨름협회는 올해 주요 안건으로 이 문제를 상정한 상태.
대한씨름협회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체중이 불면서 짧은 시간 내에 젖히고, 걸고, 뒤집는 `기술씨름'은 사라지고 장시간 미적거리다 밀어뜨려 승부를 내는 `힘씨름'만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체중 제한을 통해 씨름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씨름협회는 과체중 선수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프로씨름을 관장하는 한국씨름연맹도 지난달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린 합천 지역장사 대회 이후 "백두급 선수들의 몸무게 상한선을 130㎏으로 정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수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나흘간의 경기동안 관중들이 `힘씨름' 위주의 백두나 지역장사 대회보다 오히려 화려한 `기술씨름'이 펼쳐지는 한라장사 대회 때 더 많은 박수와 갈채를 보냈기 때문이다.
"씨름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데는 프로씨름단의 잇단 해체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경기의 질이 크게 떨어진 탓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체중제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많은 백두급 선수들이 몸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살을 억지로 찌워 온 만큼 상한선을 제시할 경우 누구든지 손쉽게 살을 뺄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다만 "김영현 등과 같이 키가 큰 선수들은 키와 몸무게를 비례해 상한선을 높여주는 융통성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씨름연맹은 지난 28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민속씨름 중흥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체중제한 문제를 논의, 조만간 가시적인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