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이유있는 사격 노메달 수모
기사입력 1999년 04월 28일 13시 57분
27일 폐막한 99서울월드컵국제사격대회에서 한국은 11개 종목에 출전했으나 단 1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지난해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전년도 대회 때보다 무려 5개나 적은 2개의 금메달에 그친 한국사격으로선 이번 참패가 더욱 충격적이다.
관계자들은 IMF로 인한 팀해체와 고질적인 파벌싸움 등 구조적인 모순에서 사격침체가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80년대에 10개이던 금융단 사격팀이 하나둘 해체돼 이젠 주택은행과 한빛은행만 남았다.
조흥은행서 뛰던 간판스타 여갑순（24．청원군청）조차 신혼여행 기간중인 지난해 10월 팀이 해체돼 한때 방황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팀이 해체되면서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됐고 중고교 선수들은 진학할 수 있는 팀이 사라지자 운동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
선수가 수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상학, 차영철（이상 한국통신） 부순희（한빛은행） 등 고참선수들만으로 대표팀이 성적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격연맹 집행부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박상규 회장은 이순영, 배병기 부회장 등 해외통이면서 개혁성향을 가진 인사들을 배제하고 사격과 관계가 없는 인사들을 중용했다.
지난 2월엔 사격장 건설을 위해 뛰던 연맹 관계자가 한 사격인의 투서로 구속되는 등 사격계의 내분이 표출되기도 했다.
정광영 대표팀감독은 "공기업에서라도 사격팀을 창단해 선수들이 마음놓고 총을 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한국사격의 앞날은 암울하다"고 침통하게 말했다.
[신향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