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강우석-은막도 '젊은피 수혈' 필요
기사입력 1999년 04월 27일 14시 04분
`젊은 피 수혈론'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나는 요즘 신문 정치난을 보면서 내 또래가 젊은 피를 갖고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던 시절을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뛰쳐나갔던 그 시절엔 어려움도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애들이 까분다"는 비아냥을 들을 때는 여기서 물러서면 안된다는 오기가 치솟기도 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후배 기르기에 참 인색한 것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 기성세대들은 종종 `밥그릇 싸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라는 세대를 인정하지 않거나, 끌어 내리거나, 밟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난 내가 제작자로 나선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것은 내 또래 제작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한국 영화계는 나를 비롯해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제작자들이 어느덧 중심세력의 한축으로 부상했는데 "한국영화가 볼만해졌다" "우리영화도 재미있다"란 관객들의 평가가 나온데는 우리의 공이 컸다고 자부하고 싶다.
얼마전에 한국영화계의 자산가가 자신의 아들을 칭찬하면서 "10년은 더 배워야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호랑이 자식에 고양이는 없으니까 풀어놓아서 사냥을 나가게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영화 분야에도 젊은 피의 수혈은 중요한 문제다.
영화쪽에 고급인력들이 밀려들어오고 있고, 이들이 활동의 중심에 서는 날엔 영화판은 한층 더 커진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만이 영향력 있는 배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정상에 선 배우들이 전면에서 활동하는 가운데 대안세력들도 빨리 성장해야 영화시장이 더욱 발전한다.
스타가 많아지면 관객들도 많아지지 않겠는가?
세대교체엔 타이밍도 중요하다.
`나 죽고나면 니가 해'란 발상은 곤란하다.
산속에 사는 도사가 청년에게 무술을 가르치다가 실력이 제 궤도에 오르면 하산을 시켜야하는 것이다.
다 늙은 다음에 하산해본들 무림을 제패할 수 있겠는가? [영화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