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윤현석 5단 ●이창호 9단
기사입력 1999년 04월 26일 15시 14분
제9보(72∼84)＝최후의 패착인 백 72는 아직 윤 5단의 덜 성숙된 승부감각을 보여주는 한수라고 할 수 있다. 이 9단이란 거목 앞에서 한순간 사고가 경직된 수라고나 할까, 아무튼 대완착이다. 지금 형세는 가뜩이나 백이 불리한 국면이다. 그리고 중앙 흑 는 애초 움직일 의도가 없었는 사석용이었으며, 설령 움직일수 있는 돌이라해도 유리한 흑으로선 굳이 모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백은 오히려 중앙을 방치하면서 흑 의 움직임을 자극하는, 뭔가 역전의 빌미를 찾는 것이 온당했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후 윤 5단은 백 72로는 백 1이 시급했다고 했다. 흑이 A로 받아주면 그 자체로 득이며 실전처럼 백 B로 움직이더라도 다음 백 C 등 반발하는 뒷맛들이 고약해 아직 희망이 있었다는 얘기다.
흑 73, 75로 중앙 일대 흑의 영토에 거대한 경계선이 그어지면서 순식간에 흑의 우세가 확연해졌다. 백 76의 움직임에 흑은 언제라도 살려줄 의사가 있었다는 듯 77 이하의 대응에 여유로움 마저 느껴진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