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희지]철부지 부잣집 딸서 한품은 여인으로

기사입력 1999년 04월 26일 15시 14분



"으아악！ 이게 뭐야！"

연출자 김한영 PD와 작가 김정수씨가 공모해 이 순진한 처녀의 섬섬옥수에 콘돔을 쥐어준 것이다.

상황보고를 하자면 이렇다.

김호진이 애인 사이인 왕희지와 이재룡을 무인도에 내려준다. 김호진은 이재룡의 동생.

`둘이 하룻밤을 즐겁게 지내보라'고 한마디 툭 던지더니 낄낄거리며 배를 끌고 도망쳐 버린다.

"어머, 어머."(왕희지) "얌마, 이리와！"(이재룡)

그러나 왕희지는 뜻밖에도 모른 척 김호진이 꾸려준 짐을 정리한다. 그리곤 짐꾸러미 속에서 콘돔을 발견. 이어 비명 또 비명.

작가를 원망해봐야 소용없다. 드라마는 각본대로 진행되는 것을.

왕희지(수정)는 군산 부잣집 딸이다. 홀어머니(김영애) 밑에서 어렵게 공부한 이재룡(영준)을 사랑한다.

이재룡은 서울에서 만난 이영애(윤숙)에게 자꾸 마음이 가고, 왕희지는 슬슬 열 받기 시작한다.

왕희지는 초반에 철부지 처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재룡이 배신할 기미를 보이면서 점점 독기를 품는다.

"왕희지양. 자네는 이영애양과 숙명의 라이벌 관계가 될 거야. 캐릭터가 어느 시점부턴가 바뀐다구."

왕희지는 이런 연출자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 철없는 시골처녀에서 오뉴월 한을 품은 여인의 얼굴을 보여주려면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