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박용재-유인촌이 선택한 길
기사입력 1999년 04월 26일 15시 14분
한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인 유인촌이 지난 20일 서울 청담동에 유시어터를 개관했다.
지하 1∼2층 170석 규모로 극단 유의 전용극장이다. 정극, 어린이극, 가족극, 음악극, 소극장용 오페라와 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물들이 기획, 공연될 예정이다.
유인촌은 이 극장을 개관하기까지 정신적, 경제적으로 몇번의 고비를 넘겼다. 그렇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모험을 강행, 극장 불모지에 아담한 극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는 행운아다. 배우로서는 유일하게 자신의 극장을 소유한 극장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유시어터는 개관기념으로 `햄릿 1999'(셰익스피어 작, 김아라 연출)를 선택, 성황리에 공연하고 있다.
원작의 의미를 훼손치 않는 범위에서 김아라가 각색, 연출을 맡아 새로운 버전의 정형미와 절제미가 어우러진 `햄릿'을 만들어냈다.
인간 햄릿의 내면적 자기 성찰과 더불어 세기말 우리 사회의 정치적 혼돈이 불러온 정체성 상실, 가치관의 혼돈을 극 속에 밀도있게 용해시켰다.
여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면면으로 짜여진 연기진은 이 무대를 빛나게 한다.
유인촌은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마치 감정을 조율하는 마술사처럼 강약을 조화시켜 `한국형 햄릿'을 만들어냈다. 2년만에 연극무대에 선 최민식은 무대 배우로서의 힘과 정열을 보여준다.
드물게 조연으로 출연한 연기파 배우 이혜영과 방은진의 세련되고 절제미 있는 연기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권성덕 정규수의 농익은 연기와 전진기 조덕현의 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극중인물의 의식흐름을 반영한 변창순의 의상, 단 2도의 피아노 소리로 햄릿의 고뇌를, 클라리넷 고음으로 무언가에 대한 동경을 담은 김기영의 음악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박동우의 거칠고 실험적인 다층구조의 무대, 이미지의 갖가지 오브제들은 작품을 더욱 밀도 있게 만들어준다. 연극다운 연극을 만나고 싶은 관객들은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가 될듯 싶다.
사막횡단에 비유되는 개인의 극장경영. 그 길을 선택한 유인촌의 고행이 우리 시대 `희망의 오아시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6월 20일까지.(02)3444－0651 [문화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