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더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
기사입력 1999년 04월 26일 13시 33분
대전 시티즌 김기복 감독의 얼굴이 활짝 폈다.
24일 부천 SK를 대전으로 불러들여 3대1로 두드린 뒤 하도 좋아서 잠도 안 올 지경이다.
이래저래 뭉쳐있던 마음 한구석의 응어리가 다 내려갔다.
물론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한 경기 잡았다고 기분이 달뜬 건 아니다.
이겨서 기분 안 좋은 이 없을테지만 김감독에겐 승점 3점보다, 탈꼴찌보다 더 좋은 게 하나 있다.
선수들의 불같은 투지다.
"우리 선수들 경기하는 거 봤죠? 이 정도면 된 거 아닙니까?"
성난 들소마냥 90분을 미련없이 불사르고 그라운드를 내려오는 선수들이 그렇게도 보기 좋았던 지 김감독은 연신 `자식자랑'이다.
하기야 97년 팀 창단 후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화끈한 승부' 아니던가.
성한수의 창끝처럼 예리한 통렬한 오른발 슈팅 두 방, 신상우의 벼락같은 다이빙 헤딩슛.
가위 `작품'이라 해도 손색없을 듯한 이날의 3골에 김감독은 무릎을 탁 쳤다.
"됐어."
사실 대전엔 그 흔한 용병 하나도 없다.
대우의 김주성이나 일화의 신태용 같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노련한 스타플레이어도 없다.
하지만 지금껏 어떤 팀도 마음놓고 대전과 붙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끈덕졌다.
그 끈기에 불이 붙었으니 김감독이 쾌재를 부르는 건 당연지사라 하겠다.
"이제 대전 시티즌은 옛날과 다릅니다. 앞으로 점점 더 달라질테니 두고 보십시오."
김감독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