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롯데전 V타포함 2안타 '방망이 기지개'
기사입력 1999년 04월 26일 13시 25분
"도대체, 쟤가 왜 저러지?"
한동안 두산 김인식감독의 고민은 온통 한 선수에 쏠려있었다.
이어줘야할 곳에서 막히고, 풀려야할 곳에서 꼬이니 울화병이 도질만큼 답답했다.
붉으락 푸르락하는 김감독 앞에 그저 면목이 없던 그 선수는 김민호（30）.
벤치의 신임을 등에 업고 개막 초반 톱타자로 나섰으나 `꿀먹은 벙어리'같이 잠잠한 방망이 탓에 7경기만에 자리를 내줬다.
지난 24일 잠실 롯데전까지 18경기를 붙박이로 뛰고도 타율 1할9푼4리.
급기야 4시간4분짜리 야간경기를 끝낸 24일 밤 11시가 넘어 김감독은 김민호를 붙들고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에 들어갔다.
마음만 급해 자꾸 어깨가 먼저 열리는 타격폼을 콕콕 꼬집어 고쳐주는 특별 개인교습.
정성이 통했다. 김민호는 다음날（25일） 선제 결승타를 포함해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화끈하게 터졌다.
중심타선이 꾸물댄 경기서 두산이 `4월의 최강' 롯데를 10대7로 꺾는데 선봉이 됐다.
타격이 잘풀리면 수비까지 잘된다. 전날 흔들리는 수비가 불안하더니 25일에는 7회 김민재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 아웃시키는 등 내내 날렵했다.
"그저 어깨 한번 펴게 됐습니다."
코칭스태프의 뚝심있는 기대에 드디어 화답한 것이 가장 뿌듯한 모양.
타선의 연결고리 9번, 주전 2루수 캐세레스가 빠져있는 키스톤의 한축을 튼튼하게 지켜내야 하는 주전 유격수.
이제 겨우 중심을 잡았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