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원조교제 원상 '폰팅' 실태
기사입력 1999년 04월 25일 15시 17분
"전 처음인데요. …그냥 만나면 된다 그래서요."
"…한 10만원이면 되니? 20만원? …나도 첨이라서…."
10대 여학생과 40대 중년 남자의 이상한 전화 통화다.
이른바 `원조 교제'의 온상으로 지탄받고 있는 폰팅 회선들이 지난 주말부터 싹 죽었다.
유명 회선인 7942-58XX를 비롯 74X-88XX(환상의 연결), 90X-XX63(저 이번에 내려요), 080-XX1-X5X5(아시죠?) 등 전국 1290개 폰팅 전화 회선들이 모조리 끊어졌다.
어느 폰팅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봐도 "지금 사용하신 전화는 결번이오니…"등의 안내만 나올 뿐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19일 `폰팅과의 전쟁'을 선포한데 이어 24일엔 불법 폰팅 신고를 받는 종합상황실（735-1388）을 중앙점검단으로 격상시키며 폰팅을 뿌리뽑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폰팅'은 불법 매춘과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었다.
중3인 A양. 한번에 7명과 차례로 집단 성관계를 갖고, 성병에 임신 3개월에… 결국 정신장애를 일으켰다.
여중 2년생인 B양과 C양. 친구 D양을 협박해 폰팅으로 성인 남자와 성관계를 갖게 하고 화대를 가로채다 경찰에 붙잡혔다.
폰팅의 폐해가 위험 수위에 오르자 실태 파악에 나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폰팅업자 김모씨가 080과 011 국제 폰팅을 포함 20개 폰팅 회선을 개설하는 등 전국적으로 폰팅 회선이 무려 1290개나 되는 것을 파악하고는 깜짝 놀랐다.
보호위는 지난 7~17일 열흘간 12명의 여성 모니터 요원을 동원, 생활정보지 등에 광고하며 영업하던 793개 폰팅 회선을 일제 점검했다.
모니터 요원들이 17~18세의 여학생인 척 했더니 놀랍게도 폰팅 남성의 93％가 요원들을 유혹했다.
그중 하루 종일 교제하면 50만원을 주겠다는 등 `화끈한 유혹'을 펼친 남자만도 전체의 84％인 668명에 달했다.
녹취 테이프는 즉시 경찰에 증거물로 넘겨졌고, 사흘만에 폰팅 업주 335명 중 279명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한국통신은 전 폰팅회선을 강제 폐쇄했다.
지난 22일 전화방 관련 협회의 관계자가 청소년보호위로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보호위로부터 "폰팅은 타인통신 매개행위로 불법이며, 법이 개정되면 죄가 훨씬 무거워지니 전업을 하는게 백번 낫다"는 훈계만 듣고는 돌아가야 했다.
일부 폰팅업주들은 공개 광고 대신 스티커 등으로 몰래 선전하는 이른바 `딱지 폰팅'으로 변신한다는 소문이다.
이에 대해 청소년보호위는 "절대 어림없다"는 전략이다.
보호위 중앙점검단에는 전국 179개 민간 감시단까지 가세해 버티고 있다. 광고든 딱지 등 나오기만 하면 관련자를 엄벌하겠다는 전술이다.
◇강지원 청소년보호위 위원장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강지원 위원장(49)은 일명 폰팅과의 전쟁 `사령관'이다.
폰팅 전쟁은 `무한' 전쟁. 완전 소탕을 강조했다.
여중생이 폰팅으로 성관계를 갖는 현실. 그런데 폰팅 윤락이 알려질수록 일부 여학생의 탈선 호기심은 오히려 늘어만 갔다.
"이거 안되겠다" 고심한 강위원장은 부장검사 출신답게 법 조항을 샅샅히 뒤졌다.
그는 결국 폰팅은 `타인통신 매개행위'로 명백한 불법임을 밝혀냈다.
오는 7월부터는 개정 청소년(만19세 미만) 보호법이 시행된다.
강위원장은 "폰팅업자 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성(性)의 미끼로 삼는 관련 업주는 모두 중형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