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윤현석 5단 ●이창호 9단
기사입력 1999년 04월 25일 15시 17분
제8보(63∼76)＝흑 63이 빛나는 요처임은 전보에서 언급한 바 있다. 국후 윤 5단은 이 수를 전혀 예측치 못했다고 술회했으며, 요석이라고 생각했던 중앙 흑 를 움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9단은 일찌감치 흑 의 돌들을 사석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였고 그런 관념의 차이가 이 판의 우열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백 64는 이제와선 당연. 63의 요처를 빼앗긴 마당에 흑 `가'의 공격마저 당할 수는 없다. 흑 65는 두터운 가일수. 우변 백말의 움직임을 제어하면서 우하일대 거대한 흑의 영토를 꿈꾸는 수다. 따라서 백 66 삭감은 시급하다.
흑 67은 흑 를 살리자는 수는 물론 아니다. 오히려 의 사석활용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려는 고급 응수타진이다. 백은 `나'의 곳 약점이 노출되니 68, 70의 보강은 당연. 이사이 흑은 71까지 엷은 단점을 자연스레 커버하면서 우중앙 일대를 키워나간다.
여기서 백 72로 뻗어 중앙 흑 5점을 가둔 수가 최후의 패착이었다고 윤 5단은 말했다. 말 그대로 패석에 불과한 상대의 돌을 잡자고 한 완착이라는 것이다. 흑이 전혀 움직일 의사가 없는 돌을 잡고 있는 사이 73 이하 순식간에 중앙 경계선이 그어지며 승부가 확연해지고 말았다. 백 72는 어디에 두어야 했을까?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