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인터뷰] '따끔한 경험 좌절하지 않겠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25일 14시 14분
텅 빈 다저스타디움의 오후가 더욱 황량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날（한국시간 24일）의 무참한 패전 때문일까.
박찬호（26）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운동장을 달리며 등판 다음날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달리기를 끝내고 들어오다 기자를 만난 박찬호는 "어이가 없었죠?"라며 예상보다는 밝은 모습으로 먼저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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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수첩] "찬호야 다시 일어나라"
－잠은 잘 잤는지.
▲푹 잤다. 점심 먹고 한 행사（LA시내서 열린 코리아엑스포）에 참석하고 왔다.
－몸에 이상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어제는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준비가 끝났는데 갑자기 비로 게임이 늦어지자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이런 경우 부상으로 연결되는 때도 많은데 몸이 좋아 다행이다.
건강을 계속 잘 관리하고 다음 경기를 잘 풀어가는 계기로 삼겠다.
－경기가 계속 안풀리자 구위가 떨어졌다는 말도 나오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변화구도 잘 떨어지고 직구 감도 좋다. 다만 어젯밤에 아버님 전화를 받고 느낀 점이 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경기에 관해서는 한번도 말씀을 안하시던 아버님이 밤새 비디오를 보셨다며 떠오르는 강속구를 올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커브, 체인지업에 신경쓰면서 낮은 제구력만 생각한 것 같다. 얼굴 높이 강속구를 던져야 타자들이 속고 떨어지는 커브에도 방망이가 나오는데 그 점을 잊고 있었다.
헌들리가 낮게 자세를 잡는 것도 한 이유지만 앞으로 치솟는 직구를 다시 찾아야겠다.
－연장 계약 등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을텐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신경은 쓰인다. 그러나 외부적인 것 때문에 경기에 지장받을 정도는 아니다.
－선두 타자들을 계속 진루시키고 있는데.
▲그 점이 답답하다.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겠다.
－어제 경기후 배운 점이라면.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즌 초반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 도전하겠다는 다짐은 더욱 강해졌다.
－다음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자신감을 잃거나 좌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따끔한 시련을 한걸음 더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겠다.
[LA＝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