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윤현석 5단 ●이창호 9단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5시 04분
제7보(57∼72)＝이 9단의 최대의 장기는 `반집'까지 읽어내는 정확한 형세판단이지만 그것 한가지만으로는 정상을 누릴 수 없다. 이 판에서도 보여주듯이 날카로움 또한 이 9단의 보이지 않는 무기다. 평범하게 두는 듯 하다가도 상대의 바늘 끝같은 허점만 노출되면 여지없이 추궁하고 나선다. 그리고 대번에 형세를 자기 페이스로 이끌어 가는 일면을 이 판에서 보여준다.
57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흑의 손길이 가볍다. 축이 불리한 백은 58로 비켜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변칙행마를 해야한다는 자체가 간접적으로 지금 백의 형세를 대변해주고 있다.
흑 61로 기분좋게 석점머리를 두들긴 다음 흑 63이 백의 예상을 비웃는 절호점이 되고 있다. 백이 62로 우형을 감수하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다음 흑 1로 행마해오면 2로 모양을 갖추면서 하변 흑 모양을 삭감해 충분히 둘 수 있다고 본 것인데 흑 63은 백의 그런 희망에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은 급소였다. 이제와서 백 64는 어쩔 수 없고 흑은 65로 두텁게 우변에마저 가일수해갔는데….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