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의조폭들]정치깡패 임화수 승부조작 '악명'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5시 04분
사람과 돈이 몰리는 곳엔 범죄와 폭력이 들끓게 마련이다. 국내 최대의 투전판인 경마장은 폭력과 범죄로 얼룩진 과거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과거엔 폭력조직들이 경마장의 이권을 둘러싸고 보이지않는 전쟁을 벌였었다. 이규승 대기자가 `경마장 조폭들'을 매주 연재, 조직폭력배들의 행태를 더듬어 본다.X편집자주〉
지난 49년. 뚝섬경마장의 마사지역에 우락부락한 주먹패들이 들어와 마구간을 휘젓고 다니며 누군가를 혈안이 돼 찾고 있었다.
"샅샅이 뒤져 찾아내! 반드시 본때를 보여야 돼."
`오야붕'으로 보이는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그는 장안의 내로라 하는 정치주먹 임화수.
임화수는 자신의 명을 어기고 승부를 조작해주지 않은 기수를 붙잡아 혼을 내주기 위해 마구간을 뒤지고 있었던 것.
이윽고 임화수의 부하들은 어느 마구간안에서 말뒤에 납작 엎드려 오들오들떨고 있던 권인철 기수와 마주의 동생을 찾아내 임하수의 앞으로 끌고갔다.
임화수의 명령이 떨어졌다.
"손좀 봐! 기수는 내버려두고."
마주 동생은 깡패들의 주먹과 발길에 짓이겨져 축 늘어진채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러나 권인철 기수는 무사했다.
권인철씨(78．전 마사회 재결위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때 나는 조교사 겸 기수였지. 내 동생 인덕이와 함께 기수생활을 했는데 우리 형제가 출전하면 우승 준우승을 나눠 차지했었거든. 그래서 폭력배들의 압력이 대단했어. 그런데 임화수가 내게 손을 대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원래 성이 권씨였는데 어머니가 재가하는 바람에 임씨로 바뀌었다고 하더군. 종씨라고 봐줬던 것 같아."
권씨는 당시 임화수의 승부조작 압력이 대단했고 이를 어기는 기수들은 끌려가 몰매를 맞았으나 자신의 형제들은 예외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