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롤라 런'] 애니메이션 삽입 등 기교 돋보여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5시 04분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사이버세대의 속도감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독특한' 독일영화 `롤라 런(원제 `Run Lola Run')이 국내의 젊은 관객들에게도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24일 피카디리극장 개봉)
제명 `롤라 런'처럼 여주인공 롤라는 시종 뛴다. 20대초반의 연인, 롤라(프란카 포텐테)와 마니(모리츠 블라입트로이)가 주인공.
암거래조직에 연루된 마니는 보스의 명령으로 임무를 완수하지만 그만 10만마르크가 들어있는 돈가방을 분실한다. 보스를 만날 때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돈을 건네지 못하면 죽음이다.
롤라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마니. 롤라는 마니의 연락을 받고 잠시 생각하다 전화기를 집어던진 채 뛰어나간다. 별안간 애니메이션으로 바뀐 롤라의 숨찬 질주는 세기말 젊은이들의 교감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테크노의 전자음을 배경으로 절박하면서도 숨가쁘게 펼쳐진다.
앞만 보고 달리는 롤라에게는 일분일초가 중요하다. 초조하게 롤라의 구원을 기다리는 마니.
톰 티크베어 감독은 20분의 데드라인 속에서 롤라와 마니의 운명을 세가지 버젼으로 보여준다. 비정통적인 테크닉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추구한 야심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거의 대부분을 핸드헬드로 촬영,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현란한 기교를 자랑한다.
한 화면에 롤라와 마니의 상황을 분할해 담기도 하고, 비디오화면으로 잇기도 한다. 정신 못차릴 정도의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지만 드라마는 명쾌하기 짝이 없다. 올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라는 게 공감된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