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타격감 되찾았다' 팀승리 확신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4시 11분
힘줄이 늘어난 오른쪽 손목이 아직도 시큰거리는 삼성 이승엽（23）.
어찌된 일인지 타격감각만은 지난해 홈런퍼레이드를 펼칠 때 만큼이나 고감도다.
"이승엽이 살면 팀이 산다"는 삼성 관계자의 말처럼 이승엽의 방망이가 춤을 추는 것과 때를 맞춰 삼성은 지난 22일 대구 LG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승률 5할을 맞췄다.
이날 경기는 이승엽이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2주간 깁스를 해야된다는 의사의 진단을 뿌리치고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5타수 2안타 2타점을 때렸다.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내용.
이승엽은 4회말 자신을 겨냥해 마운드에 오른 LG 왼손투수 김기범을 상대로 2타점 중전적시타를 뽑아냈다.
이 안타가 대량득점의 징검다리가 된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이승엽은 왼손타자면서도 지난해까지 왼손투수에게는 유난히 강했다.
작년만 해도 평균타율은 3할6리였지만 왼손투수에게는 163타수 56안타（0.344）에 홈런을 13개나 빼앗았다.
그러나 올해는 전날인 21일까지 15타수 3안타.
유난히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렸고, 어느 때는 스트라이크존으로 정확히 날아오는 투구가 마치 자기에게 향하기라도 한 것처럼 움찔움찔 뒷걸음질치기도 했다.
막 방망이를 잡은 초심자와 다를바 없었다.
이승엽이 제 모습을 찾게 된데는 아이러닉하게도 손목부상이 한몫을 했다.
방망이의 궤적이 줄어 장타는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타격의 정확성은 높아진 것이다.
이승엽은 부상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