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바스켓볼] (6)나와 서장훈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4시 11분
내 단짝은 SK의 서장훈이다.
처음엔 선후배로 만났지만 10여년간 부대끼다보니 정이 들었다.
홍대부고 3년때인 90년 여름.
청소년대표로 뽑혀 합숙소로 들어갔다. 이때 룸메이트가 휘문고 1년생인 서장훈.
대개 고참과 신병을 묶어주는데 우연히 장훈이와 엮어진 것.
2m를 훌쩍 넘는 키에 무뚝뚝한 인상. 겉모습부터 나와는 정반대였다. 그때는 여드름도 없었다.
훗날 장훈이는 "상민이형 처음 봤을때 운동 선수 같지 않았다구. 여잔줄 알았어"하며 농을 쳤다.
3∼4개월간 같이 코트를 뒹굴었다. 내성적인 나와 달리 장훈이는 활달하고 직선적이어서 금세 친해졌다.
집도 10분내 거리라 붙어 다녔다. 나도 장훈이도 형제가 없어서 죽이 잘 맞았는지 모른다.
장훈이는 고 3때 다른 대학에서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내가 있다'는 이유로 연세대를 택했다고 한다.
장훈이가 대학 2년때부터 대표팀 합숙땐 어김없이 한방을 썼다.
털털해 보이는 장훈이는 의외로 깔끔하다. 지저분한 걸 못 본다. 내가 맘껏 어지럽혀 놓으면 장훈이가 눈에 불을 켜고 뒷수습을 한다.
96년 3월 장훈이가 미국 새너제이대에서 1년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날도 나와 제일 먼저 회포를 풀었다.
올시즌엔 경기 틈틈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농구 얘기는 10분의 1이나 될까.
한번은 "격렬한 판정 항의는 보기 안 좋아"라고 툭 던지자 "여차저차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내딴엔 `잘 되라'고 맘먹고 한 말이었는데 듣기 싫었나보다.
정규리그 SK전서 내가 레이업슛을 시도하는 순간 골밑에 있던 장훈이가 블로킹해 볼을 빼앗아간 적이 있다.
기분이 묘했다. 장훈이는 내가 백코트도중 자기 욕을 하며 웃는 장면을 못 봤을 것이다.
장훈이는 내가 플레이오프를 뛰는 동안 술을 참느라 혼났다고 한다.
장훈이와 "비시즌때 미국이나 갔다 오자"고 약속했는데 잘 될런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