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심야극장 주차장서 애프터 즐기는 카데이트족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4시 11분
`심야극장' 주차장이 뜨겁다.
서울시내 영화관 빌딩 가운데 `주말 심야'를 하고 있는 주차장마다 영화가 끝난 뒤 한바탕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만 18세 이상만 볼 수 있는 성인용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주차장 관리인이 `찬물'을 끼얹는라 밤을 꼬박 세워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밤 새벽 2시.
젊은이들의 새로운 명소가 된 서울 광진구 T빌딩의 지하주차장.
영화가 끝나자 주차장을 가득 메웠던 차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몇대의 차들은 꼼짝 하지 않았다.
바로 `애프터'를 즐기려는 자가용 승용차들이다.
이같은 차들은 지하 6층까지 골고루 펴져 있어 주차장 관리인은 사실상 `관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어떤 차들은 아예 시동을 걸더니 다른 차들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옮겨 본격적 `밤'을 기다리기도 했다.
이 빌딩은 심야 데이트족이 늘자 새벽 2시부터 주차장 문을 여는 새벽 5시까지의 요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렸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안전성'에서 어느 곳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은밀한 `카 데이트'는 고수부지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으슥한 곳일수록 불량배 등이 많아 크고 작은 사고가 나곤 했다.
또 여관과 비디오방 등은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곳도 있어 자칫하면 데이트 장면이 `전국'에 녹화방영될 위험도 따른다.
이런 점에서 지하 주차장은 `안전지대'인 셈이다.
빌딩측에서 문을 닫는 데다 관리인까지 있으니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가끔 관리인이 "나가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술을 마셔 운전을 할 수 없다"는 등의 적당한 핑게를 대면 얼마든지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더구나 숙박업소에 함께 갈 만큼 친숙하지 않은 상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차만큼 좋은 곳은 없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빌딩의 관리를 맡고 있는 K씨（41）는 "주차비를 낼테니 상관하지 말라는 사람에게는 더이상 무슨말을 하겠냐"고 반문하며 "완전 성인용으로 분류되는 영화가 상영될 때는 심야 데이트족이 더욱 많다"고 말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