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재팬] 첫 홈런은 부진날린 보약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01시 24분
이제야 막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시즌이 시작된지 벌써 3주. 조금씩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지난 20일 야쿠르트전에서 99시즌 제1호 홈런을 비롯해 4안타를 몰아친 게 컨디션 회복의 디딤돌이 됐다.
누구나 시즌중 한두번씩 슬럼프를 겪게 마련이지만 시즌 초반의 부진은 상당한 짐이 되곤한다.
결정적으로 컨디션이 흔들렸던 이유는 예상치 못했던 치통 때문이었다.
지난주 수요일쯤 갑자기 통증이 심해 부랴부랴 치과에 들러 왼쪽 사랑니를 뺐다.
이틀동안 잠을 3시간밖에 못자 15일부터 17일까지 3경기서는 단 한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지난 16일 요미우리전에서 4회 대타로 교체됐을 때는 정신이 바짝 들기도 했다.
93년 해태에서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후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이지만 코칭스태프에서 혹시 슬럼프가 길게 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수비위치도 지난 18일부터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바뀌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같은 외야수 자리인데다 작년 막판에 좌익수로 여러차례 출전해 낯설지는 않다.
초반부터 기세를 높이며 앞만 보고 달렸던 작년과는 달리 작은 걸림돌을 하나씩 헤쳐가면서 한발 한발 나가고 있다.
일본야구는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모든 면에서 컴퓨터처럼 완벽을 요구한다.
그런면에서 시즌 초반의 경험들은 큰 보약이 될 게 분명하다.
올해는 힘겹게 오른 정상에서의 쾌감을 꼭 누려보고 싶다.
[ 4월22일, 도쿄의 원정숙소인 아카사카 프린스호텔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