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청순가련 여인 한번 해봤으면'
기사입력 1999년 04월 22일 15시 20분
김윤진(25)을 기네스북에 올리자면 `데뷔영화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배우' 부문을 만들면 될 것이다.
서울에서 218만명, 전국 511만명. 지난 20일까지 영화 `쉬리'의 흥행스코어다.
현재 최고의 흥행스타로 자타가 공인하는 한석규가 데뷔영화 `닥터봉'에서 30여만명을 동원한 것을 생각하면 김윤진은 적어도 데뷔작에선 한석규의 흥행기록을 완전히 압도한 셈이다.
그래서 그녀의 요즘 별명은 `미스 쉬리'. 또 북한 특수 테러요원이란 배역 때문에 `여전사'라고도 불린다.
김윤진은 지금까지 `쉬리'를 다섯번 보았단다. 첫 영화관계자 시사회 때는 `실수한 게 없나'란 조바심에 자신에게만 시선이 간 탓에 영화전체를 볼 수 없었고, 두번째 볼 때부터 스스로도 `재미있게' 영화를 보게 되더라고.
김윤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잠실 스타디움 액션신.
"사랑하지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 영화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죠. 볼 때마다 애절한 느낌이 들어요."
식당에 들리면 예전에 볼 수 없던 `특별 서비스'를 받으며 유명세를 실감한다는 김윤진. 하지만 축제의 기쁨속에서도 `부담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고백한다. 그 부담감은 촬영전과 좀 다르다.
촬영전 주위에서 격려처럼 "한석규 상대역은 무조건 뜬다"고 할 때마다 김윤진 자신은 예사롭게 지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나만 못뜨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자기 밥그릇도 못챙겨 먹었다는 말을 들을텐데. 정말 여배우 때문에 영화 망쳤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텐데….'
`쉬리'가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김윤진은 또다른 부담을 갖게 됐다. 첫작품이 너무 잘 돼서 다음작품을 고르기가 정말 어려워졌다는 것.
또 `여전사'같은 역할이 주로 들어오는 것도 그녀에게 주어진 숙제다.
"근육질 여전사로 나온 것도 아닌데 여자가 총을 들고 나온다는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같아요. 이런 말하면 믿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할 때는 정말 청순가련형만 했거든요. 다음영화는 세련된 멜로영화를 해보고 싶은데 저를 그런 배역에 캐스팅할 지 모르겠어요."
[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