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폴라리스 랩소디 (45)
기사입력 1999년 04월 22일 15시 20분
"아하. 그렇습니까."
슈마허는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법무대신이자 법률학자이기도 했던 라스는 신이 나서 말했다.
"물론 이외에도 당시의 법학자들은 라오코네스와의 협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모양이오. 이것을 동등한 위치를 가진 두 개의 정치집단의 탄생이라고는 볼 수 없거든. 라오코네스의 영토는 전혀 정치적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니까. 따라서 그것을 라오코네스 하나의 법인체를 유일한 구성원으로 하는 정치 집단으로 보는 것은 사실 무리가 많…."
"어려운 이야기는 좀 넘어갔으면 합니다. 제 관심 분야가 아닙니다."
"아, 좋소. 어쨌든 이 이상한 협정의 결과로 제국의 신민은 라오코네스의 영토인 미노만에 출입할 수 없게 되었소. 그리고 800년이 흘렀고, 결국 아무도 갈 수 없기에 거꾸로 갈 필요가 없는 땅인 미노만이 우리 시대에 남게 된 거요."
슈마허는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떠오른 생각에 계면쩍음도 잊은 채 달려들듯이 말했다.
"아니, 그럼 이 선단은 법적으로 출입불가인 지역에 들어간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설마 해적들이 준법정신이 투철할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실 텐데?"
"그게 아닙니다！ 미노만이 법적으로 출입불가인 지역이라면, 거기에서 탈출하더라도 어떤 조력을 구하기가 어렵잖습니까. 아무도 없는 땅일 테니까요."
"어, 그렇진 않아요. 미노만 안쪽 깊숙히 들어가면 골디란강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테리얼레이드가 나오지요."
"예? 그 무법지대 말입니까? 이런！ 그럼 키 드레이번은…."
"테리얼레이드에서 레보스호의 재물들을 처리하실 생각이셨군요. 젠장."
라이온은 해도를 보며 머리를 탁 쳤다. 식스는 그럼 그렇지, 우리 선장님께서 아무 생각없이 선단을 지휘하겠느냐 하는 표정을 얼굴 가득히 지어보이며 득의만만하게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테리얼레이드는 악명 높은 무법지대이며, 바로 그런 점에서 다른 유서 깊은 나라나 도시만큼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악명도 역사가 없으면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영웅들이나 필사의 도망자들의 전설이 곳곳에 남아있는 테리얼레이드의 가장 최근의 악명은 주로 마법사 하이낙스와 관련된 악명이다.
테리얼레이드는 그 광포한 무법성 때문에 하이낙스가 제국을 모조리 휩쓸다시피 했을 때 반 하이낙스파의 거점이 되었다. 하지만 거꾸로 하이낙스의 몰락 이후엔 하이낙스파 부흥의 핵심도시가 되는 아이러니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테리얼레이드의 뒷골목과 지하로 숨어버린 하이낙스파의 잔존세력이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식스는 기세좋게 말했다.
"이 배에 실려있는 그 엄청난 재물이라도, 테리얼레이드에서는 반드시 처분할 수 있겠지. 사실 그곳이 아니라면 어디서 이 많은 재물을 처리하겠나. 그렇잖은가, 라이온 임시 선장?"
식스는 비꼬는 어투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하지만 라이온은 별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테리얼레이드에 도착하려면 우리는 대드래곤의 성지를 지나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