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형사' 김지숙 2년만에 연극 복귀
기사입력 1999년 04월 22일 15시 20분
`정열의 연극배우' 김지숙이 `별을 쥐고 있는 여자' 이후 2년만에 등장한 작품에서 폭발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일본 오이타 쓰카 고헤이 극단이 서울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뜨거운 파도_동경에서 온 형사'(쓰카 고헤이(한국명 김봉웅)작, 연출)가 화제의 무대.
지난 85년 서울에서 공연되어 화제를 모았던 작품. 초연때와는 달리 형사 세명이 범인을 자백시키는 과정을 담은 `노래하는 수사실' 형태로 재구성됐다.
김지숙은 서울경찰청 소속 김형사이자 일본천황 저격수로 등장, 부장형사역의 전무송, 일본 천황의 한국방문에 따른 호위를 맡고 잠복한 강형사역의 강태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극중 김형사는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도쿄에 머물던 당시 무자비한 강도를 당해 부모를 잃고 동생 `민비' 마저 한쪽 눈을 잃게 된 비극적인 개인사를 지닌 인물.
"연극은 즐겁고 재미있고 과격하게 진행되죠.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 김봉웅씨가 가지고 있는 조국애, 재일동포 문제 등 현실적인 것들을 많이 담고 있어요."
김지숙의 변신연기는 객석을 매료시킨다. 소녀같은 표정과 목소리를 지닌 처녀형사의 순수함과 뜨거운 조국애를 지닌 채 역사를 심판하려는 일본천황 저격수로 거듭나며 보여주는 에너지는 `김지숙만의 힘'이다.
이 작품은 수많은 우리의 대중가요가 불려지고, 슬픔으로 극대화되는 순간 객석을 향해 배우가 국면을 전환시키는 대사를 하는 등 매우 파격적인 극 형태를 취한다.
"작가가 지닌 동물적인 감각과 재치있는 순발력 그리고 몸짓언어는 일품이에요. 일본 최고의 희곡작가가 보여주는 조국에 대한 강열한 사랑은 무대에 출연하는 배우인 저로서도 감동적이에요."
한．일간의 역사적인 문제를 충격적으로 다룬 이 무대는, 도쿄에서 온 강형사가 "모든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다"는 화두가 객석을 울리면서 막이 내린다. 27일까지. (02)760－4614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