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 '심볼 노출'심리 의상으로 표현
기사입력 1999년 04월 22일 15시 20분
봄은 발정기다. 날짐승 들짐승은 물론 곤충까지 교미상대를 구하려 온갖 노력을 다한다. 어떤 놈은 소리로, 어떤 놈은 냄새로 짝을 구한다.
이런 냄새와 소리들은 말하자면 `나와 함께 한번 붙어보자'는 성적신호다.
인간도 성적신호를 갖고 있다. 은밀하게 숨겨져있을 따름이다.
성적신호 이론 중에는 폭주적 진화(runaway evolution)라는게 있다.
이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특히 남성 성기는 폭주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원시부족을 제외하고 이성의 성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노출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구애단계, 말하자면 데이트 초반에는 이성의 성기를 볼 수 없다.
상대의 성기를 보고 만지는 단계에 접어들려면 애무나 섹스에 돌입해야 한다.
폭주적 진화론 신봉자들은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을 성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여성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고싶어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성기노출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욕구를 그대로 발산하면 미친 놈이 된다. 정신과적으로 음부 노출증 환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은 성기노출을 교묘한 방법으로 한다. 가장 흔한 도구는 의상이다.
15~16세기를 전후로 약 200년간 유럽에서는 코드피스(codpiece)라는 것을 착용했다. 코드피스는 꽉조이는 바지 가랑이 부분에 부착한 주머니였다.
남성들은 처음 이것을 음낭 주머니로 사용했으나, 나중에는 남근 주머니 용도변경했다. 유럽 남성들은 그 주머니를 부착해 자신의 성기가 발기해있다고 `주장'하고 `과시'했던 것이다.
뉴기니의 고원지대에 사는 원시부족은 팰로카프(phallocarp)라는 물건에 성기를 집어넣고 산다. 길이 60cm, 지름 10cm.
이러한 의사(擬似) 발기를 두고 현대인들은 가가대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웃지 마시라.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이나 원시부족보다 더 교활하니까.
의사 발기론 학자들은 "비트족이 허벅지에 짝 달라붙는 청바지의 지퍼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돼 부풀어 있다"고 관찰한다.
수영장에서 유난히 꽉조이는 삼각팬티를 입는 남성들은 조심하실 것. 의사 발기론 학자들이 그날 옆에서 놀고 있으면 속으로 묘한 분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계속]
글=이승호 기자, 그림=유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