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우즈 비디오 보며 한국어 배우기
기사입력 1999년 04월 22일 14시 06분
두산 타이론 우즈（30）가 최근 새 한국어 배우기 비디오 테이프를 샀다.
한국생활 2년째인데다 `눈치 코치' 100단이라 말귀가 훤히 트여서 굳이 한국말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며 딴청이더니….
부인 셰롤 블랙（32）의 영향이 크다.
남편과 달리 이웃들과 모임도 열고 쇼핑도 다니느라 오히려 한국인을 만날 일이 더 많은 셰롤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엉뚱한 칭찬들도 한몫 단단히 했다.
우즈가 가장 잘하는 한국말은 "밥줘."
"많이 주세요" "물 주세요" "많이 배고파" 가장 쓸데있는 말만 골라서 하는데는 베테랑이다.
수없이 되풀이한 효과일까. 우즈의 `밥타령'은 너무 유창해 꺼내 놓을때마다 "한국말 발음이 기막히니 꼭 배워보라"는 격려가 쏟아졌다.
으쓱한 우즈와 의욕만점의 셰롤이 나란히 학습을 시작했지만 진도는 하늘과 땅.
남의 말 배우기는 외우기가 열쇠다.
우즈는 깜빡깜빡 까먹고, 덤벙덤벙 또 까먹고. 반면 꾸준하고 꼼꼼한 셰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우즈는 셰롤과 자신의 차이가 `참을성（patience）'이란다.
"잘 안되고, 잊어버리면 나는 신경질을 잔뜩 내면서 걸핏하면 테이프를 꺼버리지만 셰롤은 꾹 참고 앉아 다시 보고 되풀이하며 끈질기게 익힌다. 나는 조금만 몸이 피곤해도 공부를 빼먹을 궁리를 하지만 셰롤은 틈만나면 화면앞에 앉는다."
결국 우즈가 배운 건 한국어가 아니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