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바스켓볼] (5)핸디캡과 징크스
기사입력 1999년 04월 22일 14시 06분
운동 선수치고 핸디캡이나 징크스와 무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경우엔 작은 키가 불만이다.
1m44（초 5년） 1m49（6년） 1m54（중 1） 1m59（중 2） 1m67（중 3） 1m72（고 1） 1m77（고 2） 1m82（고 3）.
농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1년에 딱 5㎝씩 자랐다.
홍대부중 1년때 나와 （노）기석이는 둘다 1m54였다.
그 당시 광신중에 다니던 （문）경은이형은 체육관에서 우리를 자꾸 쳐다봤다. 쟤네들 농구선수 맞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속상했다. 중학교때는 키때문에 머리를 싸맸다.
기술이야 배우면 되겠지만 키가 작으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했다.
2학년때 한 선배가 `키 크는 비결, 5대 영양소'라는 책을 불쑥 건넸다.
책에 나온대로 당근과 정어리, 시금치, 우유만을 먹으며 `5㎝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한달간 이를 악물고 먹었다. 평생 먹을 시금치를 그때 다 먹은 것 같다.
3학년때 키 재는 기계에 올라갔다. 무려 8㎝가 컸다. 뿌듯했다.
그러나 키는 더이상 나를 배신（?）하지 않고 5㎝ 행진을 되풀이했다. 고3때 키가 멈췄다.
5㎝만 더 컸어도 좋았을텐데….
또 대회가 있으면 나쁜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늘 긴장하곤 한다.
대학땐 연고전이 열리기 10일 전부터 `의식'을 치렀다.
깨지는 물건은 죄다 바닥에 내려놨다. 식사때도 수저와 젓가락을 조심 조심 다뤘다.
올시즌엔 `마사지 징크스'에 시달렸다.
공교롭게도 경기 전날 마사지를 받은 날은 졌다.
평소 마사지를 잘 안받는 편인데 심하게 넘어지거나 다쳤을땐 조용준 트레이너가 온몸 마사지를 해준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지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것도 승패와 연관이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끝난 지난 10일 대전 숙소.
나는 이날 기아 윌리포드와 몸싸움을 하다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뒤 조트레이너가 불렀다.
마사지를 받는 게 당연했지만 나는 2차전을 의식해 "괜찮으니까 마사지 필요없다"며 딴청을 부렸다. 그러자 조트레이너가 "근육이 뭉쳤으니까 풀어야 한다"며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줄다리기 끝에 `종아리만' 마사지를 받는데 합의했다.
아니라 다를까 2차전서 80대81로 역전패했다.
나는 이날 밤 내내 죄없는（?） 트레이너형을 원망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