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우이령'-1년에 단 하루 민간인에게 개방
기사입력 1999년 04월 21일 15시 47분
우이동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면 인수봉과 우이암 능선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있다.
척 봐서도 주변 능선보다 한참 낮아 산을 넘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은 이 고개가 바로 우이령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선으로 서울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교현리를 잇는 6.5㎞의 이 고개는 옛날 경기도, 황해도와 한양을 잇는 지름길이었다.
경기도, 황해도의 젊은이들이 한양으로 머슴 살러 가던 애환이 서려있는가 하면 한국전쟁중에는 중공군의 주력부대가 서울로 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기도했다.
우이령은 68년 1．21사태 이후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다.
김신조 등 북한의 무장간첩단이 청와대 뒷산인 북악까지 갈때 우이령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서울쪽에는 전투경찰대가, 경기도쪽에는 군부대가 주둔,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넘을 수 없는 고개'로 남아있는 것.
우이령에 포장도로를 만들려던 계획을 중단시킨 우이령보존회(회장 김인식)가 94년부터 시작한, 1년에 한번뿐인 우이령시민걷기대회가 일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우이령을 밟아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 18일 넘어본 우이령은 기대한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작전용 비포장 도로가 승용차 두대는 너끈히 비껴지날 수 있을만큼 넓게 닦여있는데다 지난 여름 폭우로 터져나간 계곡은 곳곳에 흙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이령의 진면목은 길에서 1@쯤 벗어난 곳부터 있었다.
서울제비꽃, 족도리풀, 노랑할미꽃 등 희귀 식물의 군락과 함께 차고 맑은 골짜기에는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하지 않는 버들치며 도롱뇽이 헤엄치고 있었고 양지 바른 바위에는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장지뱀이 따스한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 진달래는 키가 유난히 크고 꽃봉오리가 탐스러웠다.
어느 계곡물이건 그냥 마실 수 있었고, 맛은 강원도 어느 산꼴짜기의 유명 약수에 못지 않았다.
우이령보존회 조상희 운영위원장은 "우이령은 사람이 얼마나 자연을 망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와 물, 흙이 오염될대로 오염된 대도시 서울에서 불과 2∼3㎞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30년 넘게 사람 때를 타지 않은 덕분에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환경운동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우이령은 언젠가 열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때도 우이령이 이렇게 깨끗할는지는 의문이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