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ML산책] 최고구원 월러스 선수생명 위협
기사입력 1999년 04월 21일 14시 48분
`스티브 블래스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미국 야구계의 은어중 하나인 `스티브 블래스병'은 투수가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할때 사용되는 말이다.
1971년 피츠버그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일등공신이던 스티브 블래스라는 투수가 다음 시즌부터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더니 결국 젊은 나이에 마운드를 떠난 이래 생긴 은어다.
짧게 `블래스병'이라고도 부르는 이 증후군이 애틀랜타의 최고 소방수이던 마크 월러스（29）의 야구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1m93에 94㎏의 거구인 월러스는 시속 160㎞의 강속구에 무서운 스플리트（일명 포크볼）와 슬라이더로 무장, 95년부터 3년 동안 95세이브를 기록한 당대 최고의 구원투수였다.
월러스는 그러나 97년 말부터 서서히 제구력 난조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98시즌 초반 7연속 세이브로 다시 신임을 얻다가 왼쪽 허벅지 부상을 했다.
20일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월러스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있었다. 제구력의 난조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로 엉망이었다.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며, 윈터리그까지 뛰면서 재기를 노렸으나 제구력을 찾지 못했고, 98년 총 33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70개의 4구를 내줬다.
97년 시즌전 3년간 1325만달러에 계약을 했던 애틀랜타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올 스프링트레이닝에서도 월러스는 9⅔이닝 동안 11개의 4구를 내주며 방어율 6.52로 부진했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정규시즌 엔트리에 포함시켰으나 결과는 ⅔이닝에서 4구 6개.
결국 애틀랜타는 올해 연봉중 440만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월러스를 신시내티 레즈의 무명투수 존 후덱과 맞바꾸었다.
레즈는 월러스를 영입하자마자 `불안 장애'라는 희귀한 병명을 붙여 부상자 명단에 올리고 마이너리그에서 재기를 모색케하고 있다.
레즈의 짐 보든 단장은 "신체적으로 월러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로지 정신적인 문제이므로 심리학자와 정신과의사 등을 총동원해 반드시 재기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월러스가 15일간의 재활기간중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산 32승에 112세이브를 기록한 월러스가 어쩌면 블래스처럼 서른도 되기 전에 마운드를 쓸쓸히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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