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일본 진출로 퇴색된 '4강신화'
기사입력 1999년 04월 21일 14시 48분
축구전시관 개관을 준비하던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유는 지난 3월 가까스로 입수한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진출 당시 선수들이 입었던 `붉은 악마' 원조 유니폼 때문이다.
협회는 당초 이 유니폼을 `멕시코 4강 신화의 유니폼'이라는 이름을 달아 유리 박스를 씌워 특별 전시할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일본, 중국, 사우디 등 다른 아시아의 라이벌 국가들보다 한국축구가 한 수 위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우월감도 배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새벽 일본이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멕시코를 2대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웃 일본의 선전으로 `4강 신화（神話）'란 말이 어색해 졌기 때문이다.
결국 협회는 최초의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붉은 악마 유니폼의 전시 안내문에 넣기로 했던 `신화'란 말을 빼기로 했으며 별도 전시를 하지 않고 다른 전시물들과 함께 진열하기로 한 것.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원래는 유니폼 전시 안내문에 `4강 신화'란 말을 강조할 생각이었는데 아쉽다"며 "일본의 4강 진출을 축하하긴 하지만 내심 씁쓸한 기분을 지울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이 직원은 또 "멕시코 4강진출이 퇴색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축구가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