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바스켓볼] (3)삭발과 부상
기사입력 1999년 04월 20일 14시 10분
내 생애 첫 트리플더블은 홍대부고 3학년이던 90년에 세웠다.
총장배대회 명지고와의 준결승에서였다.
우리 학교는 그 해 전국대회에서 5관왕에 올랐다. 고려대와 중앙대, 연세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아버지는 고려대 진학을 원했다. 이번에도 부자（父子）는 평행선을 달렸다.
연세대 체육관을 빌려 쓰면서 （이）상범형 （정）재근형과 정이 든 나는 "연세대 아니면 안된다"고 드러누었다.
개인적으로 존경했던 유재학 선배도 현역에서 은퇴, 연세대 코치로 와 있었다.
가족회의가 열렸고 두 누나가 "상민이가 원하는 곳에서 뛰도록 해주자"며 지원군으로 나섰다. 아버지는 내 `쇠고집'에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다.
연세대 3학년과 4학년은 내 농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때이다.
천당과 지옥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93년 스타의식에 젖은 우리 팀은 9월 추계 대학연맹전과 12월 제30회 대학연맹전에서 내리 3위에 그쳤다.
최희암 감독님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삭발을 하고 나타났다. 충격이었다.
（문）경은형, 나, （우）지원, （김）훈, （서）장훈이도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나는 아예 새파랗게 밀었다.
열흘뒤 93∼94농구대잔치. "삭발하면 다 우승하나"라는 비아냥도 없지 않았다.
결과는 농구대잔치 사상 최초의 대학팀 우승. 짜릿했다. 마침 TV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맞물려 팬들의 성원이 대단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94년.
4학년초 현대전자 입단이 결정된 뒤 고별 무대인 94∼95농구대잔치.
정규리그 최종전인 고려대와의 경기서 김병철의 레이업슛을 블로킹하다 잘못 떨어졌다.
`쿵－'.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크게 다쳤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선수 생명 위기론까지 나왔다.
부모님은 세브란스병원과 중앙병원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수술외엔 대책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전자를 통해 일본의 스포츠과학병원을 알게돼 신선우 감독님과 현해탄을 건넜고 다행히 물리치료로 완치됐다.
그뒤 졸업과 함께 상무에서 군복을 입었고 지난 97년 현대에 복귀했다.
돌이켜 보면 아찔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