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밀레니엄특급'] 왕비후보 앵무새피로 처녀 감별
기사입력 1999년 04월 20일 14시 10분
조선시대 왕비는 8등신 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키 작고, 가슴 작고, 뱃살이 두툼하고, 엉덩이가 커야 했다.
SBS TV `밀레니엄 특급'(25일 오후 7시)은 조선왕조의 왕비간택 전과정을 보여준다.
`산림경제' 등 옛문헌에 따르면 왕비후보는 키가 1m60 이하, 가슴둘레 90cm 이하라야 했다. 가슴이 크면 머리가 나쁘다고 했다.
유두는 검붉어야 했다. 배꼽은 우묵하게 깊고 배는 두툼해야 했다. 이런 조건은 후세를 잘 보기 위해서였다.
얼굴은 온화하고 덕과 복이 넘쳐야 했다. 너무 미인이면 교만해지고 남의 손을 탄다는 속설 때문에 기피했다.
특히 입술색깔이 붉고 입술선이 분명해야 했다. 이 조건이 맞아야 다산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손은 섬섬옥수와는 달리 두텁고, 손가락은 봄에 막 솟아난 죽순을 닮아야 했다. 손바닥 혈색은 붉은색이어야 했다.
이런 조건을 종합해보면 왕비후보들의 얼굴과 몸매는 요즘의 8등신 미인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조건을 만족시키는 후보가 나타나도 처녀가 아니면 만사 물거품.
왕실은 후보들의 처녀성을 알아보기 위해 앵무새의 생피를 팔뚝에 묻혔다. 피가 묻으면 처녀, 묻지 않으면 비(非)처녀.
후보는 사대부 집안 출신의 9~12세 소녀 중에서 선발했다. 후보는 반드시 왕세자보다 두세살 연상이어야 했다. 부모도 모두 살아있어야 했다.
심사 전과정에는 상궁들의 고참인 노상궁들이 참여했다.
촬영은 지난 19일 서울 운현궁을 무대로 했다.
왕세자 역은 가수 이동건이, 왕비 후보는 O-24의 김민지 안미정 이가혜 등 젊은 여가수 6명이 연기했다.
에피소드 하나. 결혼 당사자인 왕세자는 심사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24대 헌종은 유일하게 자리를 함께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말했다.
"내가 데리고 살 여자니까, 나도 봐야지！"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