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 '탈선 10대' 춘향의 두얼굴
기사입력 1999년 04월 20일 14시 10분
춘향은 관능적이기도 하고 독하기도 하다. 두 얼굴의 여인이다.
＜도련님 춘향을 벗기려 할 제 넘놀면서 어룬다.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노코 이(齒)는 없어 먹든 못하고 흐르릉 흐르릉 아웅 어루는 듯,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제 얼굴이 복찜하야 구실땀이 송글송글 앉었구나.
"이애 춘향아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워 하며 이도령이 업고 휘기는데,
"엇다, 그 계집아이 똥집장이 한번 무겁다. 네가 내 등에 업힌 게 마음이 엇더하냐."
"한긋나게 좃소이다."
"조냐?"
"조와요."
"그런데 가운데 밋밋하고 껄끄러운 게 무엇이더냐?"＞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이다. 허허, 싸가지 없다고 해야 하나 귀엽다고 해야 하나.
요즘 식으로 말하면 탈선 10대들이다. 하여튼 춘향의 관능미가 상상되는 대목이다.
다 아는 얘기니 줄거리는 생략하고, 다시 쑥대머리 중 한 대목를 들어보자.
＜쑥대머리 구신 형상, 적막한 옥방 찬 자리에 생각이 드니 님 뿐이로다.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손가락에 피를 내어 이 사정을 편지할까. 오장육보 썩은 간장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춘향이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하고 곤장에 피곤죽이 된 채 옥에 갖혀 내지르는 소리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춘향의 독함에 소름이 돋는다.
그 어떤 사랑가가 이보다 비장할까.
판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이 대목을 일컬어 `창자를 훑어내리 듯 한을 토해내는 소리' `문 창호지를 찢어내 듯 절규하는 소리' `목 핏줄이 불쑥 튀어나오도록 그대로 질러내는 소리' 등으로 묘사하곤 한다.
춘향전이 또다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그것이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는 대대적인 오디션 행사를 거쳐 16세의 이효정(정신여고 1년)과 18세의 조승우(단국대 연극영화과 2년)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감독은 특히 춘향 역을 뽑을 때 관능미, 변사또의 폭력에 맞대거리하는 독한 면모를 함께 갖춘 여배우를 찾았다고 한다.
감독은 이미 춘향의 두 가지 정체를 잘 알고 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