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사랑] 야구발전막는 프런트 입김
기사입력 1999년 04월 20일 13시 40분
스포츠신문 전산실의 투수기록표를 보면 눈이 어지럽다.
한팀에서 한경기에 4명 등판은 기본이고 7∼8명 `무더기 출연'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계산기로 두드려보니 20일 현재 한팀에서 경기당 평균 4.0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여기에는 8개팀중 최소등록선수（42명）로 인해 `마운드 벌떼작전'（경기당 5.1명）을 펼칠수 밖에 없는 쌍방울의 영향도 크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기당 평균 3.3명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치가 아닐수 없다.
49경기를 치른 20일 현재 선발승은 23차례로 작년보다 30％ 가량 줄었다. 완봉은 한차례도 없고, 완투는 롯데 주형광（4월8일 해태전）이 유일하다.
선발요원의 중간이나 마무리 기용을 밥먹듯 하고 마무리는 3∼4이닝을 던지기도 한다. 팀당 20∼30명의 선수로 출발했던 17년전의 프로야구 원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이렇게 된 주원인의 하나는 박찬호（LA다저스） 선동열 이상훈（이상 주니치） 조성민（요미우리） 등 특급투수들의 해외진출이다.
그러나 올들어 프로야구가 `실업야구'로 갑작스레 전락하는데는 프런트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한다. 이제 겨우 페넌트레이스의 10％를 치렀는데 예상밖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일부 구단 사장들이 감독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시즌중 흔히 있는 3∼4연승을 한번만 타면 금세 5할 승률로 올라설수 있는 시점인데도 마치 올시즌 농사가 끝난 것처럼 난리를 쳐대니 `파리목숨'인 감독들이 내일은 아랑곳없이 1승에 목을 매달수 밖에 없다.
배가 엉덩이보다 더 나온 외국인선수를 잘못 스카우트해 놓고 이들을 기용하지 않으면 책임전가를 시키는 탓에 할수없이 출전선수명단에 넣는 감독도 있다고 한다.
백전노장인 해태 김응용, 쌍방울 김성근감독이야 사장들의 압력에 콧방귀도 뀌지 않겠지만 40대 사령탑은 한번 질때마다 목을 쓰다듬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사장단의 긴급 결정으로 올해는 8팀중 5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수도 있는, 감독들에게는 출범후 가장 행복한 시즌이다. 확률 62.5％의 게임이라면 페넌트레이스 막판에 가서야 승부가 가려질 게 뻔하다.
그렇다면 각팀 감독들이 좀더 무게를 잡고 장기 레이스작전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전에 목이 달아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면 할말은 없지만.
[야구부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