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명태가 명퇴로 들리는 시절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39분
아이러니칼하게도 바로 명예(名譽)는 명예롭지 못하다. `명예퇴직'이 어디 진정한 명예로운 퇴직인가! 멍에를 진 `멍에퇴직'같은 느낌이 든다.
필자 에로_는 말도 몇마디는 할 줄 알아서 이따금씩 기업체나 단체의 연수원 같은 곳에 가서 강연도 한다.
도고에 있는 명퇴자들의 재교육 장에 불려 갔을 때였다. 강의가 끝난 여흥 시간에 한 명퇴자께서 노래를 뽑는데, 바로 가곡 `명태'였다. 그런데 가슴을 치는 감동은 `오현명'님의 기름지고 우렁찬 목소리보다 더 했다.
왜일까? `명태'가 자꾸 `명퇴'로 들렸던 거였을까?
`명태' (`명퇴')
감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회백빛 회사, 회사 안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 물을 호흡하고(줄지어 뛰다가 맹물을 마시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계장이나 과장으로 약간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내 사랑하는 동료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노상 그럭저럭 왔다갔다 하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어떤 사장의 구조조정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 구경이나 한 후(해고없는 이웃 회사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옷가게의 마네킹처럼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가족들이 살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이 애비를 원망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라도… 후략….
그러면서도 그들은 사실 이 노래를 싫어한다고 했다. 자조적인 마음에서 불러댄 것이 분명했다. 말 나온 김에 그들, 명퇴자께서 꺼리는 노래를 알아보자.
그 사람들 앞에서 잘 못 불렀다가 자칫 멱살을 잡힐 걸.
★이현우 `헤어진 다음날', ★송대관 `차표 한 장' ★김수철 `나도야 간다' ★이문세 `굿바이' ★유열 `이별이래' ★변진섭 `홀로된다는 것' ★임희숙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서태지 `컴 백 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