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바스켓볼] (2)내가 선택한 길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01분
나는 어려서부터 공을 좋아했다.
돌을 지나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공놀이를 했다고 한다.
다른 장난감은 쳐다보지도 않더란다.
네살때 다리를 다쳤는데 흰 붕대를 동여매고도 아버지와 축구 놀이를 했을 정도였다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남한테 지고는 못 배긴다.
왜 그런지 몰라도 꼭 이겨야 성에 찼다.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를 해도 늘 따서 한 보따리씩 집으로 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농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성북초등학교 5학년때인 83년 가을.
야구와 농구, 축구에 푹 빠져있던 나는 학교에 농구부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는 쾌재를 불렀다.
아버지에게 "농구부에 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운동은 힘드니까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렸다.
내가 완강하게 버티자 아버지는 "정 하고 싶으면 6학년 때까지만 하라"고 시한부로 허락했다.
우리 학교가 창단 1년만인 6학년때 전국 대회에서 준우승하자 인근 홍익중에서 은근히 입학을 권유했다.
아버지와 나의 줄다리기는 시작됐다.
홍익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버지는 "약속한 대로 이젠 운동을 그만두라"고 `명령'했다.
딸 둘을 본 뒤에 얻은 아들이 공부나 잘해 편한 직장에 들어가기를 바랬던 모양이다.
홍익중 코치 선생님도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번 집을 찾아왔다.
급기야 아버지는 농구를 말릴 생각에 반포로 집을 옮겼다.
그곳은 성북동에서 꽤 멀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결국 아버지는 두손을 들었다.
아버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경기를 빠짐없이 따라다녔다.
나는 40∼50분이 넘는 버스 통학도 감수했다.
학교에 체육관이 없어 늘 동가숙 서가식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그때 같이 고생한 친구가 수원 삼성의 노기석이다.
어머니가 뱃속에 나를 가졌을때 `잘 익은 홍시를 따는 꿈'을 꾸었다는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그 붉은 감이 바로 농구공이 아니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