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현장출동] 운전자 노리는 스티커 매춘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01분
'찐한 데이트는 자가용 승용차 소유자와 함께'.
사실상 매춘 행위를 주선하고 있는 각종 이벤트회사의 공략 목표가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서울 강남지역의 유흥업소나 오피스건물의 밀집한 주차장에는 '스티커' 물량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나절만 주차하고 나면 '차를 이용한' 금융상품 안내부터 '물좋은' 술집 등을 소개하는 광고전단이 앞유리 와이퍼와 운전석 유리창에 끼어 있게 마련이다.
그가운데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게 '만남 주선' 스티커다.
그동안 각종 신문이나 주간지, 월간지 등에 광고를 하고 거리에서 판촉용 라이터를 나눠주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던 이벤트업체들은 '실수요자'를 자가 운전자로 잡고 집중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자영업을 하는 A씨（45）는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거래처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다가 '낭패'를 당했다.
운전석쪽 문을 열려는데 열쇠 구멍이 막혀 있는 게 아닌가.
누군가 작은 스티커를 붙혀놓은 것이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쪼그리고 앉아 스티커를 떼어내야 했다.
떼다 보니 접착제 때문에 손가락에 스티커 뒷면이 붙었고, 거기에는 '마사지 해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A씨가 호기심에 전화를 걸자 젊은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서나 마사지를 해준다'는 말에 A씨가 나이를 물었다.
"스물다섯이에요."
"예쁜가요."
"밉다는 말은 들어보지 않았어요."
"그럼 만납시다."
A씨는 어색한 분위기가 뭣해 저녁식사를 함께 한 뒤 호텔로 향했다.
A씨는 그날 '마사지 요금'으로 10만원을 지불했다.
B씨 역시 차창에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고 묘한 느낌에 다이얼을 돌렸다.
그 스티커는 다름아닌 '만남 주선'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짜릿한 느낌! 원하는 상대와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스티커의 숨은 뜻을 알아차린 B씨는 호기심이 생겨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잠시후 나타난 상대가 20대 초반의 미녀라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A씨와 비슷한 코스를 거친 B씨는 얼굴에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그 아가씨에게 20만원을 쥐어줬다.
A씨와 B씨 같은 경험을 한 남자들이 늘고 있다.
자가용 승용차에 붙힌 스티커가 그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스티커는 '건전한' 오너 드라이버에 불편함은 물론 당혹감까지 주고 있다.
C씨（42）는 "며칠전 강남의 한 식당에서 가족과 외식을 하고 나오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거의 발가벗은 여자의 사진이 담긴 스티커를 건네주며 '뭐냐'고 물어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C씨는 "음란광고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까지 침투한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