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사랑방]현대 - 산소호흡기까지 동원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01분
◇98∼99시즌 프로농구가 현대의 2연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올시즌 프로농구서는 괄목할 만한 판도변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시즌까지만해도 현대와 용호상박의 기세싸움을 펼쳤던 '해가 지지 않는 왕국' 기아의 위력이 현저히 약화돼 '현대 독주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평균 관중수는 늘었지만 경기운영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플레이오프 1회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19게임엔 모두 9만7972명의 유료관중이 입장해 게임당 평균 5156명을 기록했습니다.
평균 관중수는 원년 3273명과 지난시즌의 4601명을 크게 능가, 프로농구가 불과 3년만에 인기스포츠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입증한 셈이지요.
그러나 서울 경기를 늘리는 바람에 홈팬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점, 그리고 1회전과 2회전은 느슨하고 챔피언결정전은 빡빡하게 짜이는 등 경기일정의 불합리성이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경기시간이 중계방송사의 편의에따라 멋대로 바뀌어 체육관을 찾는 팬들에게 불편을 준 것도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일입니다.
◇현대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무쇠 체력을 발휘한 비결은 따로 있답니다.
현대는 지난 13일과 1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3,4차전에서 산소호흡기를 동원했습니다.
높이 1m가량의 이 기계는 보통 마라토너들이 결승선을 통과한뒤 가쁜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 체육관 인근 병원에서 이틀간 빌린 것이랍니다.
선수들은 작전타임때나 교체돼 벤치에 앉아있을때 틈틈이 산소호흡기로 신선한 공기를 마셨는데 확실히 피로 회복이 빨라 효과 만점이었답니다.
현대는 기아에 비해 연령층이 젊은데다 산소호흡기 덕까지 본 것인데 실은 센터 재키 존스의 아이디어였다는 군요.
◇'감투'가 많으면 그만큼 신경쓸 일도 많은 법이지요.
우승 확정 직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현대 강명구 단장은 지긋하게 앉아 있질 못하고 연신 들락날락 했습니다.
알고보니 같은 시각 인천에서 열리고 있던 현대@LG의 프로야구 경기 결과가 궁금해서였더군요.
현대 유니콘스 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강단장은 "농구는 오늘로 끝났으니 이제부터 야구가 잘돼야 해요. (김)수경이가 완봉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찌 됐는지 모르겠네"라며 우승도 뒷전인채 초조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얼마뒤 또 나갔다 들어온 강단장은 "우리가 6대0으로 이겼대"라며 활짝 웃고는 그제서야 홀가분한 표정으로 마음껏 술잔을 기울이더군요.
◇나래 '농구 천재' 허 재가 친정팀 기아에 도타운 애정을 보였습니다.
허 재는 지난 14일 강남의 한 사우나에서 기아－현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지켜본 뒤 강동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답니다.
1승3패로 벼랑에 몰린 기아를 살릴 방법을 궁리한 끝에 공격 패턴의 문제점과 세트 오펜스 등을 꼼꼼하게 짚어준 것이지요.
허 재는 지난 17일밤 한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기아의 납회 뒤풀이에도 참석해 후배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허 재는 일일이 술잔을 따라주며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아픔을 달래줬습니다.
◇'백 투 더 퓨처'.
프로농구 벤치에 복고풍이 불고 있습니다.
얼마전 KBL(한국농구연맹) 경기위원장인 김인건씨가 SBS 사령탑으로 선임된데 이어 지난 17일엔 심판위원장 최종규씨가 나래의 신임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30대 감독들이 주류를 이뤘던 프로농구판은 두 감독의 영입으로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으로 치솟았는데 원숙미 넘치는 농구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과거로 무작정 회귀했다"는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두 신임 감독은 KBL의 행정을 책임졌던 현직 위원장 출신들이어서 "'전관예우'를 노린 인사"라는 등의 뒷말이 무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