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상국-탁구감독서 실내포장마차 주인 변신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01분
그에게는 요즈음 낮과 밤이 정반대다.
남들이 일할 때에는 잠을 자고 남들이 퇴근할 시간이 되면 `하루의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녹색테이블의 명장 이상국씨(49).
남자탁구 대표팀의 감독으로 작년 12월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김택수가 금메달을 따낸는데 보이지 않는 공로를 했던 이씨는 탁구협회의 코칭스태프 개편으로 얼마전 `실업자'가 된 신세.
소속팀이 있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이씨는 `재야'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된 케이스여서 태극마크를 떼고나니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간이주점'.
일을 안한다고 당장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처지는 아니지만 한참 일할 나이에 집에만 있는다는게 부인과 두 자녀들에게 괜히 눈치가 보여 고민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젊은이들의 고향' 강남구 신사동의 한 모퉁이에 차린 10평 남짓한 가게의 명칭은 `김가네 포장마차'.
흔한 꼼장어와 조금은 고급안주에 속하는 생선회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을 만큼의 다양한 다양한 먹을 거리와 마실 거리를 갖춘 미니 음식백화점이다.
퇴근시간인 저녁 6시쯤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5시가 넘도록 손님들과 `호흡'을 하고난뒤 동이 틀 무렵 `퇴근'을 할때면 "지금까지는 참 쉽게 살았구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어쩌다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한잔 술'을 권하는 `추억의 팬'들에게는 기분좋게 음식값을 면제해 준다는 이씨.
그래서 그의 `사무실'인 김가네 포장마차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