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유치막후비화]범국민적 유치기구 조성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01분
카타르의 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마지막 경기에 대한 한．일 양국민의 관심은 대단했다.
한국에서는 한국－북한전 중계방송에 대한 종합 시청률(KBS1, MBC, SBS)이 53.8%로 집계되었다.
TV를 볼 수 있는 국민들의 절반은 남북대결에 촉각을 곤두 세웠던 셈이다.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의 시청률도 50%를 넘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더욱이 같은 시각에 일본 공영방송 NHK 위성생중계로 일본－이라크전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날밤 도하를 향한 종합시청률은 엄청났을 것이라는 평가다.
일본에서도 일본－이라크전은 순간 최고 시청률 56.5%을 기록했다고 한다.
관심이 많은 만큼 일본이 입은 충격은 컸던 것 같다.
그들은 이날의 패배를 `도하의 비극'이라며 크게 낙담한 반면, 한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가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해 국민들을 열광 시켰건만 아직은 2002년 월드컵 유치라는 거창한 사업을 뒷받침 할 만큼, 분위기가 고조 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정부는 2002년 월드컵 문제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것 같았고, 따라서 정부측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월드컵 유치 활동에 불을 댕기기 위해서는, 우선 범국민적인 유치 기구가 조직되는 것이 급선무였다.
처음에는 축구협회장이 유치위원회의 책임자가 되면 그만 아니냐는 무책임한 의견도 없지는 않았으나, 정부에서도 점차 범국민적인 기구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유치위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린 끝에 이홍구 당시 평화 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내정된 것은 우리의 유치활동을 위한 첫 번째 행운이었다.
이 부의장은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로 오래 재직했으며, 두차례에 걸쳐 통일원 부총리를 역임하고 영국 주재대사를 지내는 등 유치위원장으로는 최적임자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스포츠에 열중했고, 미국에서 10여년 체류했을 때는 유명한 주간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첫 페이지에서 끝 페이지까지 읽었을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